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던 문고리 3인방에 대한 판결 선고에 앞서 “판결 선고에 앞서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최근 한 언론의 보도와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이 부장판사가 언급한 기사는 경향신문의 지난 9일자 <‘사법농단’ 관여 판사들이 ‘국정농단’ 재판…부적절 지적> 제목 기사였다.
해당 기사는 양승태 전 원장 시절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의 회동을 추진하며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만큼 당시 법원행정처에 근무한 판사가 정 전 비서관 재판을 맡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장을 지냈다.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하창우 당시 대한변호사협회장의 수임내역을 전산정보관리국을 통해 조사한 내용의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부장판사는 “재판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기사를 쓴 기자분이나 (기사 속) ‘법조계 관계자’ 모두 지금의 위기에 빠진 법원의 신뢰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해당 기사에 대한 불쾌감을 표출했다.
그는 “모 변호사 수임 통계 내용을 실제 제공했는지에 대해 기사 내용이 문건 내용과 다른 것 같다”며 “그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없는 상태에서 (의혹을) 기정 사실화했고 그에 근거해 재판의 공정성을 문제 삼는 것은 법원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문제를 바로 잡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이번 보도가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에 대해 무죄 판결이 선고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까지는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면서도 “이렇게 오해될 여지가 있다는 데 대해선 이번 보도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히며 신상 발언을 마무리했다.
이날 선고공판에 출석한 배성훈 부부장검사는 문고리 3인방에 대한 판결 선고 후 “처음에 말씀드린 것에 대해 잠시만”이라며 발언을 요청했지만 이 부장판사는 “(해당 사안과) 관련도 없으시니 다른 방법으로 (의견표명을) 하시죠”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기자단을 통해 이 부장판사의 발언에 유감을 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재판 중인 사건과 무관한 재판장 개인의 신상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개인적 입장은 언론과 사적으로 말할 내용이지 선고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발언할 내용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아가 그 언론보도에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는지 등이 전혀 확인되지 않은 개인적 추측을 전혀 무관한 사건 선고에 앞서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