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새누리당의 8.9 전당대회가 친박계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전대 막판 친박계와 비박계의 이른바 오더투표가 난무하면서 판세가 오리무중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정현 의원이 비박계 단일후보인 주호영 의원을 여유롭게 따돌렸다. 최고위원 선거 역시 친박계가 싹쓸이했다.
◇초라하진 비박계, 강석호만 최고위원 턱걸이 당선
이번 전대에서 내심 당권장악을 기대했던 비박계는 체면을 구겼다. 당 대표 선거는 박빙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180도 다른 결과가 나왔다. 비박계는 정병국·김용태 의원에 이어 주호영·정병국 의원의 순차적 단일화를 통해 당권장악을 기대했지만 새누리당의 차기 지도부는 친박 일색이다. 이정현 의원이 호남 출신 첫 보수정당 대표라는 기적의 드라마에 주인공이 됐다.
최고위원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인 강석호 의원만이 최고위원에 턱걸이(득표수 3만3851표·득표율 16.0%)로 당선된 것. 당 대표 선거와 분리 실시된 최고위원 선거에서 강 의원은 조원진(득표수 3만7452표·득표율 17.7%), 이장우(득표수 3만4971표·득표율 16.6%) 의원에 뒤진 3위를 기록했다. 여성몫 최고위원에도 비례대표 출신의 친박 초선인 최연혜 의원(득표수 2만7802표·득표율 13.2%)이 비박계 재선인 이은재 의원(득표수 2만3888표·득표율 11.3%)을 가볍게 눌렀다. 청년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박계로 분류되는 유창수 후보가 비박계 이부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朴대통령과 차별화’ 김무성, 위험한 도박 실패
비박계 수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이번 전대로 가장 큰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비박계 후보의 단일화를 압박하고 비주류 공개 지지를 선언하는 등 전대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사실상 내년 대선국면에서 차기 주자로서의 영향력이 뿌리째 뒤흔들리게 됐다.
최근 대권행보의 일환으로 민생투어를 벌이고 있지만 전대 결과가 최악으로 나오면서 탄력을 잃게 됐다. 공개적으로 주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물론 전대 직전 박근혜 대통령과 대구·경북 의원들의 사드배치과 관련한 민심 청취 회동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당심을 노렸지만 당원들의 심판은 냉혹했다.
김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비박계 차기주자들도 적잖은 상처를 입게 됐다. 특히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전대 하루 전인 지난 8일 주호영 의원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면서 역풍을 맞게 되는 모양새다. 이밖에 총선참패로 차기 주자들이 몰락하면서 조기등판론의 대상으로 거론된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내년 대선국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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