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연말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꽁꽁 얼어붙었지만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 업종들은 끄떡없이 흥행을 만끽하고 있다. 디지털 시각효과(VFX), 커피, 드론(무인 항공기) 등 독특한 업종으로 여타 기업들과 차별화를 이뤄내면서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덱스터·한국맥널티 등 IPO 한파에도 인기몰이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화감독 출신인 김용화 감독이 이끌고 있는 디지털 VFX 기업 덱스터는 지난 14~15일 진행한 일반투자자 공모 청약에서 경쟁률 500.765대 1을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청약 증거금은 1조5014억원이 모였다. 오는 22일 코스닥 상장 예정인 덱스터는 앞서 7~8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 255.31대 1로 돋보이는 성적을 보이면서 12월 IPO 기업들 가운데 유일하게 최종 공모가격이 희망가격 밴드의 최상단(1만4000원)을 넘어선 바 있다.
원두커피 전문업체 한국맥널티도 14~15일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 결과, 최종 청약 경쟁률이 480대 1로 집계됐다. 청약 증거금은 약 4800억원이 모였으며 오는 2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16일 청약을 마친 블랙박스·드론 제조업체 이에스브이도 558.9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12월 들어 증시가 극심한 불황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신규 상장이 연말에 몰린 탓에 대부분 새내기 업체들은 공모 청약에서 죽을 쒔다. 두 업체를 제외하고 15일까지 청약을 진행한 11개 업체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80.97대 1. 이러한 와중에 500대1 언저리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각효과·커피·드론 등 업종 차별화 `어필`
증권가에서는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대부분인 가운데 두 종목이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실제 덱스터는 국내는 물론 해외를 봐도 유사 업종이 상장한 사례가 없는 독특한 경우다. VFX는 영화에서 가상 캐릭터를 비롯한 시각효과를 만드는 것을 가리키는데, 덱스터는 한국영화 ‘미스터고’, ‘해적’ 및 중국영화 ‘지취위호산’ 등의 VFX를 담당했다. 작년부터 중국에 약 1500만달러가 넘는 콘텐츠를 수출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8일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차지운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국 최대 미디어 그룹인 완다그룹과 중국 3위 벤처캐피탈인 레전드캐피탈에서 투자를 유치해 향후 중국시장내 성장이 기대된다”며 “할리우드와 겨뤄 볼 만한 VFX 기술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한국맥널티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국내 원두커피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동서(026960) 매일유업(005990) 롯데칠성(005300) 등 커피믹스 또는 완제품 커피 관련주는 이미 증시에 상장돼 있었지만 원두를 유통하는 업체가 증시에 데뷔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이 회사는 올해 연매출 280억원으로 작년보다 4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IPO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업종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물론 올해 강세였던 바이오, 헬스케어 관련 업체들 다수가 증시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연말 상장업체가 워낙 많아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독특한 업종들이 실적도 받쳐주다 보니 더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