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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FIU, ‘벌금 액수’ 아닌 ‘위반 본질’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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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6.07.24 13: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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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비컴 차상진 대표변호사
규제합리화위원회, 특금법 시행령 심사
‘로마 시장교란 벌금형’ 시사점 살펴야

[법률사무소 비컴 차상진 대표변호사] 로마는 숙적 카르타고와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오히려 내부적으로는 많은 혼란을 겪었다. 승전으로 막대한 부는 흘러들어왔지만 이를 독점한 부유층은 자영농의 토지를 헐값에 사들여 대규모 노예노동장원인 라티푼디움을 경영하기 시작했고, 이는 도시빈민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에 로마는 독점, 사재기, 가격 담합, 고의적인 운송 지연 등으로 부당 이득을 취한 상인과 귀족들에게 곡물 공급망(Annona)을 독점하거나 시장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작한 거대 상인과 귀족들에게는 종종 ‘벌금형(Multa)’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비용(Cost of doing business)‘에 불과했다.

형벌의 규모만으로 면죄부를 주고 공직 출마 등 사회적 핵심 자격을 유지시켜 준 결과, 독과점 행위는 사라지지 않았고 로마의 시장 질서는 뿌리부터 흔들렸다. 위반 행위의 본질을 묻지 않고 ’벌금의 액수‘로 예외를 열어주는 순간, 법은 시장 질서를 지키는 파수꾼이 아니라 거대 자본의 우회로로 전락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뼈아픈 선례다.

오늘날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 규제 논의는 수천 년 전 로마의 실책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추진 중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해 규제개혁위원회(규제합리화위원회) 등의 심사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요건 완화 방안이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사진=연합뉴스)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한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시 엄격한 형사처벌 이력을 요건으로 두되, 산업의 특수성이나 가벼운 법 위반 사례까지 지나치게 경직되게 적용해 시장 진입이나 사업 연속성을 가로막는 부작용을 줄이자는 취지 자체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과도한 규제를 합리화하고 예외적 사유를 인정하려는 법 제도적 유연성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분명히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규제 완화의 칼날을 대는 방식에 있어서 “벌금형의 규모가 작은가”를 기준으로 예외를 인정하려는 접근법에는 의문을 갖게 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본질은 형벌의 ’양형(규모)‘이 아니라, 그 형벌을 받게 된 ’행위의 본질과 원인‘이 무엇인가에 맞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의 경우 금융관련 법령에 의하여는 벌금만을 선고받아도 금융회사의 대주주나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행위의 본질과 원인‘이 무엇인가에 맞춰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 자가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금법의 경우에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보다 완화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

한편, 구체적인 사례로 최근 네이버의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1심 판결을 들 수 있다.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사건에서 1심 법원으로부터 2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금융시장이나 거대 기업의 전체 매출 규모에 비추어 볼 때 ’2억원‘이라는 벌금 액수는 단편적으로는 소액처럼 보일 수 있다. 로마의 귀족들이 그러했듯, 거대 플랫폼에 이 정도의 벌금은 단순한 ’사업 비용‘으로 치부될 위험이 다분하다.

하지만 그 위반 행위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해당 사건의 원인은 플랫폼의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 시장에서의 독과점 상태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려는 행위였다. 이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뿌리부터 흔드는 중대한 시장 교란 행위다. 과연 단지 벌금 액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시장 질서를 교란한 행위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예외적 구제 사유‘로 인정해 주는 것이 법 취지에 부합하는가?

가상자산 시장은 기존 금융시장보다 자금 유출입이 빠르고 독과점이나 불공정거래에 따른 이용자 피해 파급력이 훨씬 크다. 따라서 가상자산 사업자의 대주주에게 요구되는 도덕성과 법 준수 의식은 그 어느 시장보다 엄격해야 한다. 형벌의 액수만 따져 예외를 만들어준다면,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고 시장을 왜곡한 주체에게도 가상자산 시장의 거대한 주도권을 그대로 쥐어 주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또한 시기적 적절성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벌금 액수에 맞춘 합리적인 예외를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네이버의 공정거래법 위반 관련 1심 판결이 선고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네이버와 두나무 간 결합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와 같은 조치가 이뤄진다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심사가 자칫 특정 대기업이나 초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간의 결합(네이버-두나무 구도)을 염두에 둔 ’특혜성 봐주기 규제 완화‘라는 오명을 써서는 안 된다.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가 시장 전체의 예측 가능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 특정 거대 공룡 기업들의 합병이나 대주주 자격 논란을 해소해 주기 위한 ’원포인트 맞춤형 완화‘로 비춰 진다면, 이는 제도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이다.

규제 완화의 명분은 ’공정‘과 ’시장 질서 확립‘이라는 대원칙을 넘어설 수 없다. 예외 사유를 인정하더라도, 형벌의 액수가 아닌 ’위반 행위가 시장의 공정성과 이용자 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규명하는 정밀한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특정 기업을 위한 우회로가 아니라, 대한민국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제 역할을 다하길 기대한다.

법률사무소 비컴 차상진 대표변호사. (사진=차상진 변호사 제공)
법률사무소 비컴 차상진 대표변호사. (사진=차상진 변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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