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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교수는 ESG 정책의 방향을 EU와 미국의 사례로 구분해 설명하며 국내 ESG 정책의 방향성을 진단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EU는 적극적으로 녹색 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배터리 규제 등 여러 제도를 입법화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ESG공시 의무화 제도 역시 이를 위한 추진 방안 중 하나라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미국은 개별 민간기업의 자발적 참여 위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봤다. 규제가 아닌 투자자와 소비자 요구 증대에 따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넷제로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등 참여를 지속하는 방식이다. 그린 워싱(기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도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 관련한 내용을 강조하는 점도 투자자 관점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이 교수는 국내 ESG 공시 관련 정책이 아직 미국과 EU, 어떤 방향으로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봤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초기 단계라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국내 ESG 공시 정책과 관련해 “미국이나 EU의 방향과는 다를 것 같다”면서도 “ESG 의무공시와 관련한 정책을 정부 차원의 전략과 연결하기엔 아직 모자란 상태인데다 관련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각 부처를 통괄하는 부서를 만드는 일도 미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기업들에 국내 정책뿐만 아니라 EU나 미국의 정책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CSRD(유럽지속가능성보고지침)는 역외 적용까지 예정하고 있다”며 “EU에 진출한 기업이나 EU에 자회사나 지사를 둔 기업들은 사전에 ESRS(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상 정보공개 요건을 자세히 검토하고 이에 따른 장래의 정보공개 요구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에선 그린 워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커 주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ESG 관련 문제가 투자자 수익과 관련된 문제가 됨에 따라 소송의 대상이나 그 폭도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에선 SEC나 FTC 역시 소송 대상에 포함되면서 조사 기간이나 질의 등과 관련해 막대한 법정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