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인 지몽 스님은 23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평화의 소녀상 인근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536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반드시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 역사를 바로 잡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일침은 경찰이 집회 단체 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도로에 설치한 바리케이드 넘어 보수단체 회원들에게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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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행동 회원들은 소녀상 인근에서 2276일째 철야농성을 이어오고 있었다. 이수민 반일행동 대표는 “우리가 소녀상을 지키지 않으면 극우 친일 세력이 소녀상을 철거할 것”이라며 “소녀상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 할머니들의 분신이다.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자유연대는 맞불 시위로 응수했다. 자유연대 관계자는 “30여년 전 조용했던 일본대사관 앞 거리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며 “반일을 외치는 단체는 비정상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군 위안부는 강제적으로 끌려간 피해 여성이 아니다”며 “그 시절 가난했기 때문에 (스스로) 갔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맞불 시위에 나선 보수단체는 수요시위를 주최하는 정의연과 신경전을 이어갔다. 보수단체 시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시위 시작 전인데 수요집회 측이 스피커 소리를 너무 크게 틀어놔 주변 시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며 경찰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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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를 부정하는 맞불 시위에 대부분의 시민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수송동 인근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박모(32·여)씨는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시위는 좀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표현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누군가의 명예를 깎아가면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33·남)씨 역시 “너무 시끄럽고 지나가기도 불편하다”며 “어린 학생들이 소녀상을 지키고 있던데 왜 이렇게까지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단체 간 고소전이 이어졌다. 위안부사기청산연대는 이날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과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을 모욕·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의연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4) 할머니 등이 지난 16일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와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 등 12명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모욕 혐의로 종로경찰서에 고소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위안부사기청산연대는 “우리를 ‘극우 역사 부정 세력’이라고 매도했다”며 “집회신고를 마치고 경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평화적으로 진행한 우리에게 극우 표현은 심각한 모욕”이라고 고소의 이유를 밝혔다. 수요시위 중단과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극단적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