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렉소, 개발사로 발돋움 3년만에…종주국 美 진출 성큼

노희준 기자I 2020.10.14 17:18:30

국산로봇 큐빅스 스파인 척수수술 시대 연 큐렉소
이재준 대표 "빠르면 올해 말·내년 초 FDA 허가 기대"
글로벌 척추 수술로봇 시장 2022년 27억달러 확대
사용자 편의성 확대 전략으로 경쟁사 차별화 꾀할 것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수술로봇 국산화의 길을 연 큐렉소(060280)가 이르면 올해 연말께 수술로봇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수술로봇 유통사에서 2017년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을 인수한 후 개발사로 발돋움한 지 3년 만의 성과가 될 전망이다.

14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큐렉소가 자체 개발한 척추 수술로봇인 ‘큐비스 스파인’이 이르면 올해 연말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재준 큐렉소 대표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FDA 본심사가 9월 말부터 시작됐고 그 전에 필요한 서류 보완을 이미 마쳤기 때문에 특별히 추가 보완 요구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큐비스 스파인은 척추 수술로봇이다. 척추질환 환자의 척추를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위해 척추뼈에 나사못을 삽입하는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에 사용한다. 지난해 12월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았고 올해 5월 유럽 수출에 필요한 CE인증도 획득했다. 의사 손 떨림을 잡아주고 눈의 한계를 뛰어넘는 정밀함(1㎜ 미만)으로 정확한 수술을 도와준다. 또한 최초 수술 계획을 세울 때를 제외하면 뼈를 촬영하는 방사선 영상촬영장치를 사용하지 않아 수술 중 방사선 피폭을 줄여 의료진과 환자 안전성까지 높였다. 세브란스병원은 최근 큐비스 스파인을 활용해 척추관 협착증 환자에게 척추경 나사못 고정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바 있다.

큐비스 스파인이 FDA 허가를 받게 되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첫 국산 척추 수술로봇이 된다. 척추 수술로봇을 만드는 것은 국내에서는 큐렉소가 유일하다. 여타 국내 주요 로봇 회사인 미래컴퍼니(049950)의 ‘레보아이’는 복강경 수술, 고영(098460)테크놀로지의 ‘카이메로’는 뇌 수술로봇이다. 큐렉소로서도 사실상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로봇이 FDA 허가를 받게 된다.

큐렉소는 그간 주로 해외 수술로봇의 도매상 역할을 해왔다. 회사가 투자한 관계사 티에스아이(TSI)에서 연구개발해 FDA 허가를 받은 인공관절 수술로봇 ‘티솔루션원’(TSolution One)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판매에 주력해왔다. 그러다 2017년 현대중공업의 로봇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자체 수술로봇 개발에 착수해 첫 결실을 본 게 큐비스 스파인이다. 이전 큐렉소의 보행재활로봇 ‘모닝워크’가 FDA에 등록된 적은 있지만 이는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은 아니다.

큐비스 스파인은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상용화된 척추 수술로봇이라 후발주자다. 하지만 미국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벌여 볼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간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다빈치’가 꽉 잡고 있는 복강경 수술 중심의 수술로봇 시장이 인공관절과 척추수술 등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준 대표는 “이전에 관절 수술로봇 시장은 2013년에 인공관절 수술로봇 강자 스트라이커가 정형외과 로봇회사 마코 서지컬을 인수한 뒤 몇 년 후에 활성화됐다”며 “마찬가지로 척추 수술로봇 시장도 2018년 의료기기 회사인 메드트로닉이 이스라엘 척추 수술로봇 개발사인 마조 로보틱스를 인수했기 때문에 인수합병이 마무리된 2019년부터 3년 정도안에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윈터 그린 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3000만달러(344억원)인 글로벌 척추 수술로봇 시장은 2022년에 27억 7000만달러(3조 200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15년 기준으로 약 7800만명의 잠재적 척추수술 환자가 있는 데다 병원의 첨단 의료기술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술로봇 분야는 수술 시 절개부위를 줄여 인체에 상처를 최소한으로 남기는 ‘최소침습수술’에 대한 수요 확대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척추 수술로봇 시장의 선도 기업은 이스라엘의 마조 로보틱스다. 2017년 마조 엑스(Mazor X) 로봇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출시해 2017년 약 6485만달러(744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큐렉소는 로봇의 사용 편의성 면에서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꾀할 전력이다. 큐렉소 관계자는 “큐비스 스파인은 로봇을 사용하는 절차가 간단하고 워크 플로우(작업 절차)도 유연하다”며 “수술도구의 미끄러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환자의 움직임 모니터링, 충돌 감지 기능, 응급 대응 기능 등 다양한 기술적 요소도 갖춰 차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큐비스-조인트, 이재준 큐렉소 대표, 큐비스-스파인 (제공=큐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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