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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분기 이후 실적 전망도 먹구름이라는 점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1.6달러를 기록했다. 3월 셋째 주 이후 사상 유례 없는 9주 연속 마이너스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운임 등을 제외한 이익을 가리키는 것으로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서열 8위의 GS그룹은 그동안 높은 정유사업 의존도 탓에 타 재벌 그룹들과 달리 리스크 대응력이 낮다는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지난해 말 허창수 전 회장이 그룹 내에서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 받는 허태수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지목한 데에는 이 같은 문제의식이 반영돼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룹 주력회사인 GS칼텍스가 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하면서 그룹의 차세대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한 정유 편중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부여 받은 허 회장의 발걸음이 빨라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주)GS는 지난 3월 27일 이사회에서 미국 벤처펀드 투자·운용사를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지난해 말 허 회장의 적극적인 제안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 투자법인을 직접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12년 간 GS홈쇼핑을 이끈 허 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신성장 동력 창출을 위해 500여 개 국내외 벤처기업에 약 3000억 원을 직·간접 투자해 큰 성과를 냈다. (주)GS 관계자는 미국 벤처펀드 법인 설립과 관련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어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있는 단계”라며 “상반기 내에는 법인 설립을 마무리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GS칼텍스도 서울 강동구 소재 주유소·LPG 충전소 유휴 부지에 토탈 에너지 스테이션(Total Energy Station)을 설립해 올해 상반기 내에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GS그룹은 그룹 분위기가 워낙 보수적이기 때문에 그동안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했다”며 “하지만 정유사업이 최악의 상황을 맞은데다 ‘혁신 전도사’로 알려진 허 회장의 취임으로 변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