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판매 위기에 벼랑 끝 쌍용차..."정부지원이 유일한 해결책"

이소현 기자I 2020.05.18 17:27:03

티볼리 '1.2 가솔린 터보' 유럽 첫 출시..수출 공략
하반기 G4렉스턴 부분변경·티볼리 에어 국내 출시
재무제표 의견 거절 "자구 노력으로 사업 어려워"
"디젤·SUV 중심 성장 한계 뚜렷..공적자금 명분 수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사진=쌍용차)
[이데일리 이소현 박종오 기자] ‘13분기 연속 적자, 회계법인의 재무제표 의견 거절…’

쌍용자동차(003620)의 지난 1분기(1~3월) 실적에 대한 결과이자 시장의 평가다. 이 같은 결과를 마주하자 예병태 쌍용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이 임직원을 비롯해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쌍용차의 ‘미래 계획’이었다. 예 대표는 지난 15일 “쌍용차는 노사가 합심해 현재의 위기극복을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시장 상황 호전에 대비해 신차 개발은 물론 상품성 개선 모델 출시를 통해 연내에 제품군 재편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쌍용자동차의 첫 1.2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티볼리를 18일 유럽에 공식 출시했다.(사진=쌍용차)
◇쌍용차 “수출 회복·신차 투입”…미래 투자 지속

쌍용차는 18일 2015년 회사의 부활을 이끈 대표 모델인 티볼리의 라인업 강화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나섰다. 이날 주요 수출시장인 유럽에 ‘1.2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티볼리를 공식 출시했다. 디젤 엔진 라인업 중심인 쌍용차가 1.5 가솔린 터보 엔진 개발에 이어 배기량을 기존 엔진보다 줄인 1.2 가솔린 터보 엔진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디젤차 퇴출이 본격화하는 유럽에서 다운사이징한 가솔린 모델 선호도가 높아서다. 예 대표는 “티볼리 1.5 가솔린 터보 엔진, 1.6 디젤 엔진에 더해 새롭게 1.2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 모델을 추가해 티볼리의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티볼리 라인업 강화로 하반기 수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전년 대비 25%가량 떨어진 수출 회복이 뒷받침돼야 쌍용차의 실적 개선도 이뤄질 수 있다. 예 대표는 “강화된 제품 라인업과 시장 상황에 맞춘 다양한 비대면, 온라인 마케팅 전략 등을 통해 하반기 유럽 수출 회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과 달리 내수에서는 ‘가솔린 1.2 터보엔진’을 장착한 티볼리의 출시 가능성을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쌍용차가 아직 국내 인증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국가기관에 검사를 받기 위해 테스트를 다시 해야 하고 관련 비용도 부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럽보다 국내 인증을 받는 절차와 과정이 까다로운 것도 발목을 잡았다.

대신 쌍용차는 올 하반기 내수에서 대형 SUV ‘G4렉스턴’ 부분변경 모델과 함께 티볼리 롱바디 버전인 ‘티볼리 에어’ 출시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티볼리 에어는 지난해 10월 티볼리가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생산을 중단했는데 당시 티볼리 판매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 내부에서도 해당 모델 출시로 소형 SUV 시장 탈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아울러 내년 초 국내 첫 준 중형 SUV 전기차 출시를 위해 막바지 품질점검도 진행하고 있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회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일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감사업체 “자구 노력으로 사업 어려워”…해결책은 공적 자금 투입

이 같은 쌍용차의 신차 출시 등 ‘미래 계획’에도 안갯속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시장의 의구심이 크다. 지난달 초 쌍용차 지분 74.65%를 보유한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는 2300억원 투자를 철회하고 일회성 운영 자금인 400억원만 지원하기로 했다. 이어 지난 15일 쌍용차가 공시한 올해 1분기 보고서에서 회계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재무제표 검토 의견으로 ‘의견 거절’을 제시하며 쐐기를 박았다. 삼정회계가 검토 의견을 거절한 이유로 “쌍용차의 계속 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일회계는 쌍용차의 지난해 사업 보고서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엔 감사 의견으로 ‘적정’을 줬다. 한 회계사는 “같은 문제를 놓고 회계법인의 검토(감사) 의견이 ‘적정’에서 ‘의견 거절’로 바뀐 건 쌍용차가 작년 말까지만 해도 자구 노력을 통해 정상화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지금은 사업을 계속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쌍용차 고위 관계자는 “연간 사업보고서와 달리 분기 보고서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았다고 해서 상장 폐지 등 별도의 불이익이 없다”며 “연속 적자라 위기가 부풀어져 있지만, 작년 3400억원 적자에서 2500억원가량은 투자로 인한 감가상각으로 순수 영업으로 인한 적자는 덜하다”고 설명했다.

쌍용차가 임금삭감 등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계속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2540억원 규모다. 당장 7월 KDB산업은행에 상환해야 할 대출금이 900억원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부품수급이 불안정해 순환 휴업을 하는 등 경영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의 자금 지원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노사와 정부, 정치권 인사 등으로 구성한 ‘노사민정 특별협의체’를 구성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쌍용차가 법정관리, 상장폐지까지 가는 것을 면하기 위해서는 공적자금 투입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회사는 신차가 없으면 회사가 망하는 것은 분명한데 쌍용차는 디젤과 SUV 중심 라인업에 전기차 투입도 경쟁사보다 늦어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며 “대주주인 마힌드라도 추가 투자를 포기한 상황에서 쌍용차는 부양가족만 20만명 이상,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 창출 역할 등 여론 형성에 따라 공적자금 투입 명분을 마련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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