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삼성중공업, 사실상 대우조선 인수 불참에 무게

김미경 기자I 2019.02.11 15:44:58

검토시간 불과 1개월로 촉박
작년 4093억원 영업적자로 여력 없어
그룹 차원 전자·바이오에 투자 집중
업계에서도 인수 불가능에 가닥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참여를 놓고 사실상 불참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선업을 키울 의지가 강하지 않고,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도 크게 없다는 부정론이 대두되면서 오는 28일 답변 시한 이전에 조기 불참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복수의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 인수제안서를 접수받은 뒤 검토 작업에 들어갔지만 참여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산은은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민영화 기본합의서를 체결하면서 삼성중공업에도 인수제안서를 보냈다. 삼성중공업이 회신 기한인 이달 28일까지 제안서를 내면 산은은 다음달 4일까지 제안서를 평가해 인수자를 결정하고 나흘 뒤인 8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의 계약은 조건부로 삼성중공업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기존 계약은 무효가 되고 삼성중공업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불참할 것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먼저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검토할 시간이 촉박하고 그룹 차원에서 조선업을 키울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 현대중공업과 산은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수 논의를 시작했고 논의를 본격화한 것은 그해 10월부터다. 이에 반해 삼성중공업이 제안서를 검토할 수 있는 시한은 이달 28일까지로 1개월에 불과하다.

현재 대우조선 인수를 타진할 여력도 없다는 게 업계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 줄어든 5조2651억원에 그쳤고, 영업적자는 4093억원에 달했다.

그룹의 지원을 요청해 볼 수 있지만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사업구조를 조정하면서 전자에 이어 바이오산업 등 미래 먹거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노동 집약산업인 조선소에 투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도 우세하다.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 등 방산화학 계열사를 한화에 매각한 것과 더불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끊임없는 매각설이 반증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조선업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보다 기업 규모도 작은 데다 재무상태도 좋지 않다”며 “특혜 시비를 우려해 산은이 삼성중공업에도 제안서를 보냈을 뿐 여러모로 현대중공업에 들러리를 서는 모양새”라고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이 강성노조로 분류되는 만큼 이런 사항도 삼성그룹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러한 것을 종합해 볼 때 마감일 전에 포기의사를 표명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삼성그룹에서 중공업에 대한 투자 및 사업 확장에 관심이 없다고 외부에 표면적으로 드러냈다”며 “삼성중공업이 인수의향을 드러낼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 제안을 받고 검토 중으로 결론을 밝힐 수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