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가계부채대책]공공택지 공급 축소…“시장 영향 미미할 것”

박태진 기자I 2016.08.25 17:24:53

“당장 영향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효과”
실효성 의문..건설사 및 실수요자 피해 우려

[이데일리 박태진 정다슬 기자]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주택공급량 조절에 나섰다. 25일 나온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고,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해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 물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업과 시장의 자율조절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초 대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던 분양권 전매제한 확대 방안이 빠지면서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공공택지 공급감소와 분양보증 심사 강화는 이미 추진중인 것으로, 강도만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하반기 예정된 아파트 분양사업장들은 일정 조절이 불가피해 일부 건설사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 주택공급량 조절 왜 나섰나

정부가 주택공급량 조절에 나선 이유는 신규 분양 물량 축소가 시급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금리와 집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자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 분양을 지속하면서 인허가 물량이 위험 수준에 달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실제로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총 76만 5000가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대비 18.4% 증가한 35만 5000가구가 인허가를 받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 연구위원은 “인허가를 받으면 6개월에서 1년 후에나 분양을 하기 때문에 입주아파트 공급과잉 시점과 맞물리면 시장에 타격이 클 수 있다”며 “공급량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주택공급량 증가는 분양시장 과열과 미분양이라는 양극화를 낳았다. 서울 강남권은 평균 경쟁률이 100대 1(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 아파트)을 넘는가 하면 분양권 거래량이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지방과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밀어내기 분양으로 미분양이 증가하는 추세다.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기존 주택시장은 금융권의 여신심사 강화 이후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신규 분양시장은 공급과잉을 우려할 수준”이라며 “공급 시기 조절을 유도해 건설사들이 무턱대고 분양을 하는 일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영향 미미 VS 하반기 분양시장 위축”

이번 대책에 따른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전매제한 강화라는 규제가 빠지면서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상당수다. 강태욱 우리은행 부동산 자문위원은 “중도금 대출 규제 이후 분양시장은 그 이전보다 위축된 상황”이라며 “여기에 주택공급축소, 분양보증 강화 대책을 얹는다 해서 시장에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도 “투자성이 확실한 상품에 직접 규제가 가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기 투자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서 자금력이 없는 가수요를 차단할 수 있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학환 숭실 사이버대 교수도 “중도금 대출 규제를 내놓은 지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정책을 내놓으면 정작 집을 필요로 하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택지 물량은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인 만큼 꾸준히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며 “지난해부터 지방에서는 PF대출 보증이 쉽지 않은데 신청 기간을 조절하면 지방 사업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줄이고 PF대출 심사를 강화하면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며 “연간 분양계획 수정이 불가피하고 공공택지 청약을 준비하던 실수요자도 입주 기회가 줄어 들게 된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공공택지 물량을 줄이면 중견건설사 먹거리가 줄어들게 돼 사업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아파트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