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적으로 3년 동안 치료하며 지켜봐야 판가름이 납니다. 하루 3~4번 배에 주사를 맞으며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거죠. 이런 대안밖에 제시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영아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8일 질병관리청이 연 ‘소아청소년 당뇨병 현황과 대책’ 아카데미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1형 당뇨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식습관만 조절하면 되는 2형 당뇨와 달리 진행 속도가 빨라 강도 높은 관리가 필요하다. 환자는 인슐린 펌프를 항상 몸에 달고 생활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는 잘 때 분비되는 성장호르몬도 혈당에 영향을 줘 한밤중에 주사를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정작 1형 당뇨와 2형 당뇨를 구분하는 항체 검사가 현재로서는 충분치 않아 어린 환자에게 우선 1형 당뇨 치료를 적용한 뒤 경과를 살피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
이는 우리나라에 국내 소아당뇨 환자를 장기간 추적하는 국가적 연구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국내 환자의 특성을 충분히 분석하지 못했고 항체 진단을 도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진단 정확도가 높아지면 당뇨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 발병을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형제가 1형 당뇨를 앓을 가능성은 약 3.0%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증상이 뚜렷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처음 진단받는 아이들 가운데 혼수상태까지 악화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그러면 몸에 타격이 큰데 1년이 지나도 머리카락이 빠지는 아이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료가 마련되면 비급여 치료를 건강보험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킬 수 있을 것으로도기대된다.
실제로 환우들은 치료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임채언(16)군은 “학교에서는 소음이 없는 무선 인슐린 펌프를 사용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부모님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조현우(11) 군의 어머니 김상아(42) 씨도 “국내 제품은 여름철 피부 발진이 심해 해외에서 직접 무선 펌프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며 “한 달에 70만원이나 비용이 드는 데다가 통관 절차도 일일이 해야 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
레지스트리는 환자의 임상 정보와 심리, 사회, 경제적 자료를 지속적으로 모아 치료법을 개선하는 연구다. 선진국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국가 주도의 레지스트리를 구축했지만 우리나라는 병원별 데이터가 파편화돼 있어 분석이 어렵다.
소아청소년 환자를 모으기 어렵다는 한계를 고려해 질병청은 2024년부터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일부나마 실태를 파악했다.
그 결과 1형 당뇨는 여아에서, 2형 당뇨는 남아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나타나 국내 환자만의 특성이 확인됐다. 향후 레지스트리가 구축되면 단순 발병률 뿐 아니라 정교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이날 “소아청소년 당뇨병은 통계마저 전무한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며 “레지스트리 구축사업은 우리나라 당뇨병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첫 걸음으로,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로 활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