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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김혁 총무과장은 이날 “광화문광장 공사를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철거를 마무리하겠다”며 “매일 같이 현장을 방문해 유족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억공간은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나흘 앞둔 지난 2019년 4월 12일 개관한 79.98㎡(약 24평) 규모의 목조건물이다. 서울시는 2014년 세월호 사건 직후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운영된 분향소를 철거하는 대신 희생자를 기리는 기억공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앞두고 서울시는 지난 5일 유족에게 기억공간을 26일에 철거하겠다고 통보했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2019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존치하기로 하고 설치·운영했지만 광화문광장 조성 착공 시기가 늦어지면서 올해 현재까지 1년 6개월 이상 재연장돼 철거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날 “전임 시장 때부터 구상했던 계획대로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는 않는 열린 광장으로 시민들에게 돌려드릴 것”이라며 “공사 진도에 맞춰 이달 중 해체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기억공간의 물품을 치우기 위해 지난 25일에도 현장에 갔지만, 유족의 반발로 돌아왔다는 시 관계자는 “유족과의 몸싸움은 최대한 피해서 물품을 철거할 계획”이라며 “철거가 지연될수록 (광화문 광장) 공사 일정도 지연돼서 보행 불편 등 시민 피해가 커진다”고 거듭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시민단체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기억공간을 세종로 공원 등 다른 곳으로 이전하거나 공사 후에 재설치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자는 뜻을 서울시에 전했다. 이들은 지난 17일에도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비공개 면담을 통해 철거 이후 계획에 대해 의논하려고 했지만, 서울시가 이러한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세월호 관련 단체는 기억공간을 지키기 위해 무기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성욱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서장은 “서울시가 공사를 못하도록 막는 게 아니다”라며 “기억공간 철거는 인정하되 다만 그 이후에 (기억공간을) 어떻게 할 계획인지 대화로 해결해나가고 싶은데 대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양쪽의 대립으로 예정 시한을 넘긴 기억공간 철거 문제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억공간 이전 및 재설치는 애초에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미 서울시 예산으로 온라인 이벤트나 추모 콘서트도 4년째 꾸준히 진행하며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서울시는 기억공간의 사진과 물품은 서울기록원에 임시 보관하고 2024년 5월 경기도 안산시 화랑공원에 완공되는 추모시설에 이전하자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서울시의 기억공간 철거 시도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민변은 인권위에 기억공간 철거 중단과 시설의 재설치 방안 등 후속 계획을 수립·집행할 것을 서울시장에게 권고해 달라는 진정과 함께 긴급구제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억공간을 방문해 유가족과 만나 “보존할 가치가 있는 공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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