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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전략스마트폰 `P40` 살리려..TSMC에 긴급 '라스트오더'

배진솔 기자I 2020.05.20 16:01:40

대만 TSMC에 5·7나노 반도체 7억달러 긴급 발주
플래그십 스마트폰 P40 탑재 ''기린990''칩 비축 목적
향후 첨단 모바일AP 생산 및 탑재는 어려울 듯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중국 화웨이가 지난 15일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금수 조치 발표 직전,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에 5·7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기반 반도체 7억 달러(약 8600억원) 어치를 긴급 발주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출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P40 시리즈’에 탑재되는 7나노 공정 기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기린990’을 TSMC에 긴급 발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린990은 화웨이의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회사)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이 인공지능(AI) 기능을 강화해 설계한 모바일AP다. 화웨이는 미국 상무부가 제시한 120일간의 유예기간 동안 P40 시리즈 등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반도체 칩 비축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의 올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P40 시리즈는 TSMC에서 생산하는 기린990 물량에 의존하고 있다. 시리즈 중 P40와 P40프로는 지난달 출시했지만 ‘P40프로 플러스’는 다음달 출시 예정이어서 기린990 생산이 어려워질 경우 출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P40프로 플러스는 현재까지 나온 카메라 중 광학 줌 기능이 가장 강력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TSMC가 화웨이가 요구한 기린990의 추가 생산 물량을 받아 주지 않을 경우, P40 시리즈 향후 판매에도 상당한 지장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극자외선(EUV) 기반 7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기린990은 기존 14나노 공정 기반 반도체보다 정보처리 속도는 35%, 전력 효율성은 65% 높다. 반도체는 미세공정이 고도화될 수록 더 좁은 선폭에 더 많은 회로를 넣을 수 있어,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처리 속도는 더 빨라지는 등 성능이 향상된다. 화웨이의 P40 시리즈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판매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용 ‘통합칩세트’인 기린990가 필수적인 셈이다.

앞서 미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관련 기술을 일부라도 활용하는 업체들은 특정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하려면 반드시 미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새 제재를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화웨이의 하반기 시장 진출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시장에 출시될 주력 스마트폰용 반도체는 대부분 TSMC의 차세대 공정을 활용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차세대 칩세트인 A14, 퀄컴의 X60 시리즈 5G모뎀칩과 스냅드래곤 875 등이 포함돼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 등 전 세계 2곳에 불과해 미국의 반도체 제재가 유지되는 이상 화웨이 스마트폰은 구글 안드로이드에 이어 최신 모바일AP도 탑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린990’ 모바일AP. (사진=하이실리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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