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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전면 백지화 연합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 내내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3기신도시 지정에 반대하는 지역주민 달래기용으로 내놓은 ‘보상 카드’가 주민들의 목소리를 왜곡할 수 있어서다. 주민들은 살던 곳에 정착해 계속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정부는 엉뚱하게 ‘다양한 방식의 빠른 보상’을 내걸었다.
3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2차로 발표한 3기 신도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을 연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한 뒤 보상가격을 산정하기 위해 토지 등 기본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3기신도시 조성에 반대하는 주민도 있지만 찬성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빠른 토지 보상을 원하는 주민들을 위해 지구계획을 세우기 전에 지장물 조사 등 보상을 위한 절차를 먼저 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토지주들은 자신들을 떠밀어내는 ‘채찍’으로 느끼고 있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과천시 과천동에서 만난 81세 한 주민은 “현금이든 대토든 필요 없고, 일궈온 터전에서 살 수 있게끔 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미 뉴스테이로 묶인 주암동에서 대토보상으로 옮겨왔는데, 몇년이나 지났다고 또 땅을 내놓으라는건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이를 두고 또 다른 대책위의 관계자는 “이미 답을 내놓고 정책을 추진한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문제가 생기면 이를 논의하고 검토해본 후 조율해야 하지만 이보단 정해진 기간 안에 계획을 확정 지으려는 느낌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번 결정은 정부의 다급한 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보통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면 1년 안에 지구계획을 먼저 수립한 뒤 보상 절차에 들어간다. 그런데 구체적 재무계획 마련없이 보상를 먼저 하겠다고 밝힌 것은 3기 그만큼 국토부도 3기 신도시 조성에 쫓긴다는 느낌을 지우긴 어렵다.
국토부가 3기 신도시 추진에 속도를 붙이면서 원주민들의 소외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민들이 하수처리 미비 등 여러 문제를 지적하며 지난달 1차 설명회를 무산시킨 이후 제대로 된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으로 2차 설명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결국 국토부는 이를 생략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정부가 귀 막고 외길 걷기를 택하자 주민을 비롯한 대책위는 촛불을 더 높이 들 기세다. 일부 대책위는 이미 ‘촛불 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촛불로 탄생한 정부’에 이들 주민이 다시 초에 불을 켜려는 의미와 그 속사정을 정부가 좀더 들여다보고 소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