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으로 기업의 영업잉여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반면 임금 등 피용자보수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모습을 보이면서다.
벌어들인 소득 가운데 소비로 이어지지 않은 부분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고, 국내 투자로 연결된 비중은 50여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 곳간은 두둑 vs 가계소득 찔끔 증가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기업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부가가치 항목 중 총영업잉여는 전기 대비 18.5%, 전년 동기 대비 48.2% 급증했다. 관련 통계를 공표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전기 대비 및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사상 최고치다.
반면 가계의 실제 지갑 사정이라 할 수 있는 피용자보수(임금 및 급여 등)는 전기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출 호조와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발생한 과실이 근로자들의 소득으로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기업의 금고(총영업잉여)로 쏠린 셈이다.
명목 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9.2% 늘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26.4% 급증하면서 과거 1970~80년대 고속 성장기에 버금가는 고공행진을 보였지만 가계나 자영업 등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차가운 것은 이 같은 분배구조 양극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
민간 소비 증가세가 소득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과 국내 투자 지연 현상도 수치로 나타났다.
올해 4~6월 총저축률은 45.6%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증가율(8.9%)에 비해 최종소비지출 증가율(1.6%)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총저축률은 가계뿐만 아니라 가계·기업·정부를 포괄하는 국민경제 전체의 소득 중 소비되지 않고 남은 부분의 비율을 나타낸다.
기업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이 국내에 충분히 퍼지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올해 2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4.2%로 전기 대비 1.1%포인트 하락하며, 1975년 3분기(22.0%) 이후 약 51년 만에 가장 낮았다.
반면 국외투자율은 21.4%로 전기 대비 5.1%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은 설명회에서 설비투자 등 국내 투자 자체는 늘었지만 총처분가능소득이 그보다 더 크게 늘면서 투자 비율이 낮아졌고, 국내 투자 외에 나머지 부분이 국외투자 형태로 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다만 이 같은 격차가 구조적으로 고착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봤다. 기업 실적이 먼저 개선된 뒤 성과급과 배당, 세금 등의 경로를 거쳐 가계와 정부로 소득이 이전되는 데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김화용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명목 GDP 성장세 확대는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기업의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며 이는 먼저 총 영업이익 증가로 나타나고 정부 소득,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분기 가계순저축률이 9.7%로 전분기보다 0.9%포인트 상승한 점도 향후 내수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가계가 당장 소비하지 않고 쌓아둔 소득이 소비로 전환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서대문구의 한 상가의 업장이 영업을 중단하며 정리한 모습.](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0801098.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