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EU 前 산업안전보건청장 “산재 기업 처벌 필요하지만, 인센티브도 활용해야”

최정훈 기자I 2022.04.28 16:00:00

경사노위, 유까 타칼라 전 EU 산업안전보건청장 초청 강연
“한국,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 추정치 연간 GDP의 3.35~5.91%”
“선진국의 산재 감소 핵심 요인은 노사의 적극적인 참여”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유까 타칼라 전 EU 산업안전보건청장이 시행 석달을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잘못된 관행에 대한 아무런 처벌이 없다면 미준수 기업이 계속해서 아무 조치도 않도록 독려하게 된다”며 “다만 처벌만 있어서는 안 되며 장기적 관점에서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까 타칼라 전 EU 산업안전보건청장(사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제공)
28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산안위)’는 세계 산재노동자 추모일을 맞아 이날 오후 유까 타칼라(Jukka Takala) 전 EU 산업안전보건청장 온라인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강연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이 시행됐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의 산재사망 사고 감소 원인을 짚어보고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마련됐다.

산업안전보건의 세계적 권위자인 유까 타칼라 핀란드 탐페레대 겸임교수는 ILO 산업안전보건국장, EU 산업안전보건청장, 싱가포르 작업안전위원회 초대위원장, 국제산업보건학회(ICOH) 회장 등을 역임했다.

유까 타칼라 교수는 한국의 산재 사망사고 현황에 대해 “EU 통계청 및 ILO 보고서 등 국제 자료 활용 시, 근로자 10만명 당 산재 사망사고가 3.35건으로 추정된다”며 “영국 0.74건, 독일 0.9건, 싱가포르가 1.2건임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높은 수준의 산재는 경제적 손실까지 초래하는데, 2021년 추정치에 따라면 연간 GDP의 3.35〜5.91%에 이른다”며 “높은 산재 수준은 노사 모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타칼라 교수는 “산재예방 확보의 핵심요인은 노사 단체 간의 협력 수준 및 참여”라며 “안전과 보건은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를 위한 것이므로, 노사관계 문제와는 구분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EU도 수십 년 전에는 산업안전문제로 노사가 갈등을 빚었으나 이제는 노사관계문제와는 완전히 분리되어 서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덧붙였다.

타칼라 교수는 또 “특히 경영자가 산업안전을 생산이나 품질관리와 같은 수준으로 다루어 관심과 투자·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구체적으로는 작업 중 긴박한 위험이 감지되면 즉시 작업을 중지하고, 노사가 함께 원인을 찾아 교정하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 시행에 대한 질문에 타칼라 교수는 “잘못된 관행에 대한 아무런 처벌이 없다면 미준수 기업이 계속해서 아무 조치도 않도록 독려하게 된다”며 “다만 처벌만 있어서는 안 되며 장기적 관점에서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천대 길병원 교수인 산안위 위원장인 강성규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EU 및 ILO 등 국제기구에서 지속적으로 산업안전 문제를 담당했던 세계적 전문가를 모시고 한국의 시사점을 모색하는 강연을 개최한 것은 뜻깊은 일”이라며 “오늘 강연을 바탕으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사정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