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배달이라더니 10만원부터"…가짜메뉴로 손님 낚는 업주들

박수빈 기자I 2021.09.14 21:00:08

팔지도 않는 음식 검색 노출 위해 메뉴로 기재
이용자 주문 막기 위해 터무니없는 가격 붙이기도
'무료배송' 적어놓고 주문금액 20만원 이상만 무료 꼼수도

배달앱에는 진상 손님 못지 않게 진상 업주들도 넘쳐난다. “집 주소를 알고 있다”는 식의 협박 댓글이 진상 업주의 전부가 아니다. 업소 상호 노출을 늘리기 위해 있지도 않은 가짜 메뉴를 게재하고 꼼수를 부려 배달요금을 추가로 부과하기도 한다. 소비자부터 업주까지, 진상들이 넘쳐나는 배달앱은 그야말로 '진상의 민족'이다.

검색 노출하려고 테스트용’ 9만 9999원 허위메뉴

(사진=배달의 민족 캡쳐)


배달앱에서는 실제로는 판매하지 않는 메뉴를 올려놓는 가게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BBQ, 신전떡볶이, 빙수 등 고객들이 자주 찾는 프랜차이즈 기업명과 메뉴를 낚시용으로 기재해놓는다. 이 업소들은 이용자들이 실제 해당 메뉴를 주문할 것을 우려해 말도 안 되는 비싼 가격을 책정해 놓거나 '테스트용'이라고 적어놓는다.

일례로 서울 광진구에서 배달앱에 ‘교촌’, ‘엽떡’ 등의 메뉴를 검색하면 전혀 상관없는 가게가 다수 등장한다. 예시(사진)로 든 두 업소는 육회·연어 전문점, 우측은 멕시코 음식 전문점이다. 실제로는 이 두 음식점이 취급하지도 않는 메뉴들을 9만 9999원에 올려놓았다. 검색 노출은 꾀하면서 실제로 소비자가 주문하는 것은 막기 위해서다.

배달 앱을 자주 이용하는 방준한씨(21)는 "고객 기만이다. 음식에 자신이 있다면 저런 꼼수가 필요하겠냐. 저런 장난질을 보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유림씨(20)는 "메뉴판을 가짜로 올려서까지 고객들을 유인해야하나 싶어 어이없었다"고 꼬집었다.



무료배달’ 적어놓고 "단 10만원부터"

정혜민씨(가명·27·여)는 배달앱의 1인분 코너에서 자주 음식을 시켜먹는다. 정씨가 주로 주문하는 음식은 1만원대 안팎이다. 그러다보니 3000~4000원인 배달료가 부담스러워서 정씨는 배달요금이 싼 음식을 주로 주문한다. 정씨는 배달요금이 낮은 순으로 정렬해 가게를 선택한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 사진(우측)과 배달의 민족에 올라온 한 맘스터치 가게의 배달팁(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우측), 배달의민족 캡쳐)


정씨는 배달요금 0원이라고 홍보하고는 실제 주문하려고 보면 주문금액이 10만원 이상 등 말도 안되는 조건에서만 배달요금이 무료인 무늬만 무료배달 업체들 때문에 짜증이 난다.

정씨는 “이런식으로 손님을 유인하는 건 문제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무료가 아니니 무료라고 명시하면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한 커뮤니티에는 ‘치킨 배달비가 무료인데도 빈정 상하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치킨집은 배달앱의 요금 검색에서 ‘배달팁 0원~'이라고 나오지만 20만원 이상 주문할 경우에만 배달요금이 무료다. 2만원짜리 치킨 10마리를 시켜야 무료로 배달해준다는 얘기다. 20만원 미만은 3000원의 배달요금을 받는다.

심지어 동네 가게들 뿐 아니라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도 마찬가지다. 맘스터치의 한 가맹 업주는 ‘배달팁 0원~’ 이라고 적어놓았으나 이는 주문 금액이 10만원 이상일 경우만이다. 단품메뉴 배달요금은 4000원이다.

이 외에도 배달 거리에 따라서 배달앱 메뉴에서 추가 비용을 결제해야 배달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검색 때 확인한 배달요금보다 비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확한 배달료 명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민측 "등록업소 수십만곳 달해 검증 어려워"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팔지 않는 메뉴를 홍보성으로 나열할 경우 등록을 할 수 없다. 메뉴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 나열 뿐 아니라 ‘(특정 브랜드)치킨과 함께 먹으면 맛있는 떡볶이’와 같은 낚시성 메뉴도 원칙적으론 등록할 수 없다. 배달의 민족은 업주용 사이트를 통해 '홍보성 문구거나 가게와 관련 없는 메뉴는 등록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쿠팡잇츠 관계자는 "처음 입점 시 메뉴의 판매 여부를 사전적으로 검토하며, 추후에 메뉴를 추가할 경우에도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등록된 업체가 수십만개에 달하다보니 일일이 걸러내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수시로 점검하고 있지만 수십만개나 되는 업체들을 모두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일부 업체의 일탈을 이유로 배달앱 자체를 불신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상중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배달앱 등 플랫폼 업체들인 검색과 관리에 있어 자체적으로 규제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남들보다 먼저 자신의 가게를 노출하기 위해 가짜메뉴를 등록하는 등 업주의 기만적인 행동은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특히 많은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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