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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호실적에도…은행, 예금금리 인상엔 딴청

김유성 기자I 2021.04.28 21:00:00

세후이율 1% 넘는 정기예금상품 47개 가운데 4개뿐
예금·대출 금리차 1.89%p 증가세
마진 늘면서 1분기 실적 최대지만
은행권 "예금유입 많아 금리 유지"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최근 모바일로 시중은행 적금에 가입하려던 허민수(가명)씨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50만원씩 12개월 붓는 적금을 알아봤는데, 이자가 채 5만원도 안됐기 때문이다. 우대금리를 더해도 만기이자가 6만원을 넘지 않았다.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1분기 은행 계열사들의 수익증가에 힘입은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주주들에 대한 후한 배당을 다짐했지만 정작 고객들의 예금금리 인상에는 무신경한 모습이다.

지난해 5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5%로 인하된 후 예금 금리는 줄곧 하락했고 평균 0.7%대로까지 떨어졌다. 반면 대출 금리는 올들어 계속 상승했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간 차이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벌어졌다.

◇예금금리 1%? 이젠 옛말

28일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통합비교 공시에 따르면 예금은행들이 운용 중인 정기예금 상품 47개 중 세후 기준 이자율 1%(1년 기준)를 넘는 상품은 4개에 불과했다. 전북은행, 수협은행,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정도다. 나머지는 0.9%에서 최저 0.38%였다.

47개 예금 상품의 세후 이자액 평균(1000만원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은 6만9373원으로 집계됐다. 세후 기준 예금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가 0.7%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집계한 2월 중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 수신금리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2월 중 예금은행 저축성 예금 금리는 0.85%로 전월(2021년 1월) 대비 0.02%포인트(2bp) 하락했다. 금리 0.1% 이하인 요구불예금까지 합하면 2월말 기준 예금은행 총수신 금리는 0.7%로 전월대비 0.03%포인트 떨어졌다.

예금 금리 하락 추세는 3~4월에도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예금 금리에 따라 주로 움직이는 코픽스가 4월 들어 소폭 하락했기 때문이다.

반면 대출 금리는 오르는 추세다. 2월 중 한국은행이 집계한 예금은행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연 2.75%로 전월(1월) 대비 2bp 상승했다.

예금 금리는 떨어지고 대출 금리는 오르면서 예금과 대출 간 금리 차는 코로나 이전보다도 커졌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2월 저축성 수신금리와 대출금리 간 금리차(대출금리-저축성금리)는 1.89%포인트로 2019년 12월(1.62%포인트)은 물론 2019년 12월(1.67%포인트)보다도 커졌다.

4대금융지주사들의 순이자마진(NIM)도 올해 1분기 들어 전분기 대비 0.05%포인트 ~ 0.07%포인트까지 늘었다. 예년과 비교하면 급격한 상승률이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 실적잔치 은행들, 예금자보다는 주주 우선

은행권에서는 당분간 예금 금리가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금 금리 결정은 내부 은행들의 수신액 수요와 관련이 있다”면서 “예금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도 은행권으로 꾸준히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어 은행들이 (수신을 늘리기 위해) 구태여 예금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될 상황”이라고 했다. 금리까지 올려 예금 등 수신액 잔고를 늘릴 필요성이 없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주요 은행들의 예대율은 전분기 대비 떨어졌다. 예금 금리가 떨어진 상황에서도 대출보다 예금 규모가 더 늘었다.

신한은행은 1분기 예대율(대출/예금)이 96.8%로 전분기(98.2%)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 우리은행도 1분기 98.4%로 전분기(99.1%)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올 6월까지 금융당국이 한시적으로 예대율 105%선을 허용한 상황에서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예금 금리를 올릴 이유는 더 적어졌다.

예대마진이 늘면서 은행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분기 당기순이익 합은 2조509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714억원)대비 10.5% 증가했다.

역대급 이익을 거둔 금융지주들은 주주들에 대한 배당 강화를 공언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분기 배당까지 계획하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주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예년과 비교해 여전히 낮은 상황”이라며 “지난해 배당성향(배당액/당기순이익)이 20%로 묶였던 터라 올해 주주 환원 정책을 더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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