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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우리 청소년들이 공부만 잘하기 보다는 올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들의 역할이죠.”
예로부터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있다. 공동체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 말을 수년 전부터 실천해온 부모들이 있다. 경기 북부지역인 포천의 엄마들이 모여 교실 밖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은 물론 텅빈 마을까지 살려내고 있어 화제다.
평범한 엄마의 삶에서 이제는 포천교육의 미래이자 교육공동체 운영의 선진 사례로 떠오르고 있는 한사랑교육공동체를 이끄는 오은경(46)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오 대표는 지난 2016년 6명의 학부모들과 함께 학생들이 중학교만 입학하면 서울과 의정부로 유학을 가는 포천교육의 현실을 바꾸고자 한사랑교육공동체를 만들었다. 오 대표는 “서울과 의정부에 비해 학교 밖 교육환경이 너무나 열악한 포천시의 현실을 알고 지역공동체를 토대로 청소년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다행히 뜻을 함께한 엄마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지금의 한사랑교육공동체가 있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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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학부모로서 학교 공개수업에 참여한 오 대표는 분노조절장애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부모와 주변 이웃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공동체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학교 안에 엄마방을 만들어 상주하는 엄마들이 학생들과 간식을 나눠먹고 게임과 음악연주, 미술작품 활동을 즐기면서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오 대표는 “엄마방을 시작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생활 적응을 어려워했던 학생들의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본격적인 교실 밖 교육공동체 구성에 힘을 쏟았다”며 “어찌보면 교내에 엄마방을 차려 학생들에게 다가간 것이 지금 한사랑교육공동체의 시작이자 변치 않는 뿌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사랑교육공동체는 마땅한 공간을 찾기 어려워 미분양으로 거의 모든 매장이 공실이었던 지역 내 에코프리미엄아울렛 한켠에 사무실을 낸지 벌써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전체 50여 개 상점 중 업무공간은 한사랑교육공동체 한 곳 뿐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에 12개의 교육관련 업체들이 들어섰다. 덩달아 이 곳을 찾는 방문객들도 늘면서 이제는 공실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은경 대표는 “아이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정신으로 교육공동체 운영에 매진하다 보니 우리와 함께 하려는 교육업체들이 찾아왔고 각종 패션업체들까지도 속속 문을 열었다”며 “부모들의 교육을 향한 열정이 아이들의 성장을 이끄는 동시에 마을의 활성화도 이끌어 낸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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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구를 연구하고 강사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한사랑마을학교와 학생들의 댄스·보컬·연기 등을 지원하는 드림공장, 각종 공방을 모은 에코아트팀 등 3개 비영리법인을 추가 설립해 방과후 학교 등을 운영하는 한사랑교육공동체는 에코프리미엄아울렛의 이름까지 에코문화예술마을로 바꿔 놓았다. 에코문화예술마을에서는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경기 꿈의학교사업 5개가 운영중이다. 150명의 강사 풀과 재능을 학생들에게 나누는 자원봉사자들만 700여명에 달해 한사랑교육공동체는 봉사활동과 독서토론, 악기 연주 등 음악 관련 분야,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지난 2016년 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곳을 거쳐간 포천의 학생만 2700명이 훌쩍 넘는다.
오 대표는 “한사랑교육공동체를 이끌기 시작하면서 운영하던 피아노학원도 문을 닫고 여기에만 올인한 덕에 짧은 시간에 큰 교육적 효과를 거둘수 있었던것 같다”며 “비록 재정적으로는 항상 열악한 상황이지만 포천의 아이들을 위한다는 초심 만큼은 잃지 않으려고 매번 결심한다”고 말했다.
올해 오 대표는 포천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고향의 소중함을 알도록 포천의 땅에서 직접 농사를 짓는 체험학습을 포천교육지원청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는 “에코프리미엄아울렛 전체가 청소년들의 꿈을 키우는 거리가 되고 포천의 교육환경이 더 이상 떠나고 싶지 않은, 남아서 공부하고 싶은 곳으로 바뀌길 바란다”며 “이런 교육의 터전이 만들어진다면 포천은 교육 때문에라도 와서 살고싶은 도시로 바뀔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 대표와 한사랑교육공동체를 함께 이끄는 엄마들은 오늘도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꿈을 꾸며 힘차게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