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비트코인 선물이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정식 거래를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소위 ‘폰지’(금융 다단계)로 불리며 규제 대상이 될 상황이지만 미국, 일본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시장 선점을 위해 관련 금융상품을 출시하는 등 제도권으로 끌어안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1월 만기 비트코인 선물은 1만7720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급등한 가격으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이 하락 추세에 배팅할 거라는 전망과 달리 상장가 1만5000달러 대비 상승세를 보이면서 우려를 덜어냈다. 오는 18일에는 시카고 상품 거래소(CME)와 나스닥에서 거래를 개시할 예정이어서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은 더 확대될 예정이다.
실제로 각국에서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암호화폐를 기초로 하는 ‘비트코인 트래커 원’, ‘비트코인 트래커 EUR’ 2개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돼 있고 미국 ARK자산운용이 내놓은 ‘ARK 웹’과 ‘ARK 이노베이션’도 자산 가운데 6~7%를 비트코인 관련 펀드에 투자하면서 올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은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비트코인을 정식 지급결제 수단으로 인정했고 2020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관련 제도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대금결제가 가능한 점포가 4500개소에 불과하지만 올해 말까지 비트코인 가맹점 수는 20만개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암호화폐 거래를 유사수신행위로 정의하고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각국에서 블록체인기술과 암호화폐를 4차산업 기반 기술이라고 보고 적극 육성하려는 움직임과는 대조적이다. 가까운 미래, 글로벌 결제시스템 패러다임 전환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테스크포스(TF)팀’에서도 이를 둘러싼 의견이 갈리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설정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거품·튤립 등 비트코인에 대해 지금 논의되고 있는 많은 고민들이 금융선진국인 미국 거래소에 상장하면서 희석되고 있다”며 “비트코인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가격산정 등 회계처리 문제가 해결되면서 향후 투자자산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