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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7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서울 가락시장과 대전 역전·중앙시장, 대구 칠성·서문시장을 연이어 방문했다. 선거 슬로건인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고 중장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시장만 5곳을 찾은 것이다. 서울과 대전, 대구로 이어지는 경부선을 주축으로 전통적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의 지지세를 충청과 수도권까지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하루에 시장 5곳….서민 이미지 강조
홍 후보는 상인들과 악수를 마치고 자리를 뜰 때마다 허리를 숙였다. 밤새 진행된 수산물 경매장에서 마이크를 잡고도 “오늘 하루도 고생많으셨습니다”며 낮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대전 중앙시장에서는 순대와 떡, 식혜, 치킨 등을 사 먹으며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수행팀이 “후보 어머님도 시장에서 장사하셨어요”라고 소개하자 옅은 미소를 띈 채 손을 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홍 후보는 잔치국수로 요기하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생각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이 가게에서 가족 네 사람이 먹고 산다”며 “대기업을 두드려 잡는 게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이런 가게가 장사 잘 되도록 해주는 게 헌법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라고 강조했다. 서민공약을 재래시장 한복판에서 발표한 것도 홍 후보의 이러한 철학과 무관치 않다. 그는 이날 대전 역전시장 안에서 “2021년까지 모든 재래시장에 100% 주차장을 설치하고, 연매출 3억~5억원 구간의 가맹점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겠다”며 ‘전통시장 활력회복 공약’을 발표했다.
이날 행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한 채소가게 상인은 홍 후보를 따라 시장 안을 채운 수행원과 취재진에게 “몇분째 막고 있는 거야 장사하는데서”라며 언성을 높였다. 지지자들은 홍 후보의 별명을 언급하며 “홍 세탁기 화이팅”이라고 외치거나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꼭 이겨달라”고 후보의 손을 잡았다. “문재인 왔대? 안철수?”, “홍준표가 누구야?”라고 묻는 상인들도 있었다.
◇여론조사 불만 드러낸 홍준표
홍 후보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 지지율 탓에 초조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홍 후보가 가장 많이 언급한 이야기는 ‘여론조사’였다. 목소리도 커졌다. 차분한 목소리로 유세를 이어갔던 시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동행한 수행원들에게 “경기도에서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9%, 민주당 지지율은 48%인데 (재보궐)선거를 해보니 우리가 다 이겼다”며 “이전에 우리가 참 잘못한 것은 있지만 (여론조사를) 왜 그런식으로 하는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아침 식사자리에서도 “주말 여의도연구소 결과를 보니 (지지율이) 많이 올랐다”며 “그동안 선거에서 여연 조사가 정확히 맞췄다”고 강조했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한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던 그는 이 조사에서 14% 내외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중앙시장 이벤트홀에서 25분간 진행된 대전·충청 공약 발표에서도 8분가량을 할애해 여론조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7% 된 게 거의 한 달째인데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는다”며 “세상에 그런 여론조사가 어디있습니까. 내 참 어이가 없어서”라고 말했다. 이어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탄핵 때처럼 한곳에 몰아넣고 집중적으로 이지매하는 그런일은 없어야한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여론조사의 불리함을 깨고 대역전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는 각오다. 이날 대전 방문 직전 이순신 장군의 위패가 모셔진 충남 아산 현충사를 찾은 이유도 이런 의지 표현이다. 홍 후보는 이 자리에서 “사생결단의 각오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겠다”며 “지금 저희가 상당히 어렵지만 앞으로 22일 동안 국민들을 상대로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길이 어떤 길인가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설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13척의 배로 300여척의 왜적을 물리쳤던 충무공처럼 낮은 지지율로 문재인, 안철수 후보에 맞서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