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멈춰선 수도권 레미콘…공장 가동률 10%대 추락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영환 기자I 2026.06.08 15:39:32

운송노조 무기한 파업 돌입…수도권 운송 70% 이상 마비
삼성 평택·SK 용인 등 대형 현장 직격탄…“공정 순서 조정으로 버티는 중”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가 무기한 운송 파업에 돌입하면서 수도권 건설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레미콘 공장들은 직영차량과 용차(프리랜서)를 동원해 일부 물량을 공급하고 있지만 평상시의 10~20%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건설 현장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레미콘 운송노조가 전면 휴업에 돌입한 8일 경기도의 한 레미콘 업체에 믹서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수도권 지역 운송을 중단하며 노조 측은 수도권 조합원 약 8000명과 레미콘 운송장비 1만1000여 대가 이번 휴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8일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수도권 지역 운송을 전면 중단했다. 노조는 운반비 현실화와 임금·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번 파업에는 수도권 조합원 약 8000명이 참여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경기·인천 지역 레미콘 차량은 총 1만1447대다. 이 가운데 노조 미가입자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프리랜서 등을 제외한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대거 운송 중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은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70~80%를 맡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파업에 참여한 상황이다.

레미콘은 생산 후 통상 90분 이내 현장에 타설(콘크리트를 건물 뼈대나 바닥틀에 들이붓는 작업)해야 하는 특성상 운송이 멈추면 공장 가동도 사실상 중단된다. 실제 수도권 주요 레미콘 업체들은 정상 가동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직영차와 용차를 활용해 일부 출하는 하고 있지만 평소 물량의 10~20% 수준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대부분 공장이 멈춘 상태”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203개 레미콘 공장 가운데 약 90%가 이번 파업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공장은 노조 미가입 차량이나 용차를 활용해 가동하고 있지만 공급 규모는 제한적이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민주노총 소속 사업자나 용차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지만 실제 가동 중인 공장은 전체의 10~15%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규모 콘크리트 타설이 필요한 현장인 만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사들은 우선 공정 순서를 변경하며 대응하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공정 지연을 피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의 경우 공정 순서를 바꿔 단기 대응은 가능하지만 레미콘 공급 중단이 길어지면 결국 타설 공정이 멈출 수밖에 없다”며 “장비 대기비와 인건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022년 7월 수도권 레미콘 운송 중단 당시에는 레미콘 공장 158곳이 멈춰 섰고 업계는 하루 약 3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수도권 레미콘 운송노조의 무기한 파업은 노사 갈등을 넘어 노동계 내부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운송노조는 운반비 인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제조업체 노동조합에서는 “생존을 위협하는 집단행동”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파업을 앞두고 파업 진행 여부를 놓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박견우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임영택 레미콘운송노조 위원장, 제조사 노조위원장 등이 논의를 벌였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제조업체 노동조합은 이번 운송노조 파업으로 공장 가동 중단과 강제 휴무 등이 발생하면서 제조 노동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제조업체 노조 관계자는 “운송노조가 제조 노동조합과 협의를 약속했지만 결국 파업을 강행했다”며 “건설 경기가 어려워 레미콘 제조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송노조의 파업 강행에 제조사 노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운반비다. 지난해 레미콘 운반비는 회당 7만2430원에서 7만5730원으로 인상됐다. 운송노조는 권역별 차이는 있지만 8만원 중후반에서 9만원 수준까지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들은 건설경기 침체로 출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대폭 인상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협상 과정에서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측면이 있지만 동결 또는 소폭 인상을 고려하는 제조사와의 간극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파업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레미콘 기사들의 경우 운행 중단이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노조와 제조사 간 입장 차가 커 예년보다 갈등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예년에는 장마철을 앞두고 파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시기가 다소 앞당겨졌다”며 “이미 장기전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