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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P4G, 선진국-개도국 가교 역할…'평양' 지도는 매우 유감"

정다슬 기자I 2021.06.01 19:11:17

미중 갈등 속에서도 '기후변화대응' 위한 한목소리
바이든·시진핑 불참은 일각의 아쉬움으로
'서울' 대신 '평양' P4G개막식 영상에 정의용 "끝까지 세밀하게 챙기지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주요 국가 정상들과 국제기구 수장들이 모여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하는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첫 환경분야 다자 정상회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1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로 다른 여건과 입장을 가진 기후 선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중요한 교량 역할을 하며 국제 기후 대응을 선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P4G 정상회의 참가국 8개에서 47개국으로

올해로 두 번째로 개최되는 P4G 정상회의는 중견국가가 주축이 된 기후 대응 국제회의다. 2018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첫 P4G정상회의에선 주최국인 덴마크와 우리나라, 네덜란드, 베트남, 에티오피아 등 총 8개국 정상·고위급 인사가 참여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47명의 정상급·고위급 인사와 국제기구 수장 21명이 참석하고 코카콜라, SK, 현대자동차 등 다양한 기업들도 참여해 규모나 내용 면에서도 더욱 풍부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 장관은 미·중 갈등 속에서도 미국과 중국이 참여한 것을 거론하며 “국제사회의 기후 대응 의지 결집에 크게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미·중 갈등과 패권경제 속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은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한마음으로 대응해야 할 협력과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정 장관은 또 “석탄발전 의존도 하향, 권유라는 내용이 포함된 서울 선언문에 중국이 동참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것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그 누구보다도 석탄발전 의존도가 큰 중국이 탈석탄 이슈에 동의할 정도로 기후대응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P4G 정상회의 성료를 발판으로 기후후진국의 오명을 벗고 기후대응 이슈에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대하고자 한다.

먼저 아직 국제회의로서는 초기 단계인 P4G 정상회의 위상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강화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개막식에서 “2025년까지 기후·녹색 공적개발원조(ODA)를 대폭 늘리고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 500만 달러(약 55억 원) 규모의 그린뉴딜 펀드 신탁기금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GGGI는 서울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다. 또 P4G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해 400만 달러(약 45억 원) 규모의 기금도 새로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P4G 정상회의를 계기로 12개국이었던 회원국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유연철 기후변화대사 및 P4G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은 “우즈베키스탄이 P4G 회원가입을 명시적으로 표명했고 많은 여러 나라들이 P4G 정상회의가 조심스럽게 P4G에 대한 관심을 많이 비췄다”며 “더욱 더 많은 나라들이 가입 의사를 밝힐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3차 P4G 정상회의는 콜롬비아가 2023년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2023년 열리는 제28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 유치에 나선다. COP은 기후변화 대응을 논의하는 주요 국제무대로, 현재 국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미·중 수장은 불참…서울선언문 실천은 ‘과제’

아쉬운 점 역시 엿보였다. 일각의 기대와 달리 이번 회의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모두 불참했다. 대신 존 케리 미국 기후대응특사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참석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존 케리 기후대응특사는 미국 국내 정치적 위상이 굉장히 크고 미국의 대외 기후변화 협상을 대표하고 있는 분이기 때문에 어제 실시간 정상토론에서도 많은 실질적인 기여를 했다”며 “케리 특사가 참여한 것은 미국도 P4G 정상회의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우리는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리 총리는 환경 문제를 포함한 중국 최고 국가행정기관의 수장이며 중국은 국제회의에 국가 주석과 총리가 교차 참석하는 관행을 갖고 있다”며 “리 총리의 참석에 대해서 매우 높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개막식 세레모니 영상에서 ‘서울’ 대신 ‘평양’이 비친 것 역시 행사에 찬물을 끼얹는 결정적 실수로 꼽힌다. 정 장관은 “행사 직전까지 영상물을 편집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며 “준비기획단에서 끝까지 세밀하게 챙기지 못하며 실수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사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지만 지구 온도가 1.5도씨(℃)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서울선언문에 담긴 내용을 이행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로 남게 됐다.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서울선언문에 2030년 석탄 발전 중단 계획 등 구체적인 내용이 부재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제조업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너무 빠른 탈석탄 움직임은 기업들의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우리가 지금 상태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2050년 전체발전량의 15%가 원전에서 나온다”며 “우리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신재생에너지 부문을 확대할 수 있는지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오프닝 영상. 서울부터 지구까지 줌 아웃 돼야 할 장면의 시작점은 평양 능라도다.[ MBC 영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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