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콜옵션 몰랐다" 회계사들 진술에 檢수사 탄력…신병확보 나서

이승현 기자I 2019.04.25 15:20:03

금융당국 조사·재판과 달리 검찰서 '약정 몰랐다' 말 바꿔
'전문가 판단' 삼성바이오 주장 전제 무너져
檢, 증거인멸 혐의 임직원 구속영장…윗선수사 확대 전망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대형 회계법인 회계사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핵심 쟁점인 ‘콜옵션’ 약정을 실제로는 몰랐다고 진술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 이후 처음으로 관계자 신병확보에도 나섰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증거위조와 증거인멸 및 교사, 주식회사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 삼성바이오에피스 상무 A씨와 부장 B씨 등 2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에피스는 삼성바이오의 자회사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수사를 시작하자 이들이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최근 삼정KPMG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을 소환조사해 의미있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금융위원회 조사나 이후 서울행정법원 재판 등에서 ‘콜옵션 약정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검찰 조사에선 ‘약정을 몰랐다’고 번복한 것이다.

콜옵션은 원할 때 미리 정한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 삼성에피스를 합작설립할 때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에 삼성에피스 지분을 ‘50%-1주’까지 살 할 있는 권리(콜옵션)를 부여했다. 삼성바이오는 이를 2014년까지 공시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는 이후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며 삼성에피스를 기존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종속회사를 관계회사로 바꾸면 장부가가 아닌 시장가로 회계처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삼성에피스 가치는 기존 4621억원에서 4조8085억원으로 급상승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존재를 고의로 숨겨 분식회계를 했다고 봤다. 삼성바이오 측은 회계법인에서 회계기준에 부합한다는 조언을 바탕으로 회계처리 방식을 바꿨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회계사들이 검찰 조사에서 콜옵션 약정 존재를 몰랐다고 밝힘에 따라 회계 전문가 판단을 근거로 했다는 삼성바이오의 주장은 전제가 무너지게 되는 셈이다. 검찰은 “사실규명과 혐의 입증 등에서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회계사 진술이 고의 분식회계의 정황증거로 인정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문제 판단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대주주(지분 약 23%)인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되도록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가치를 고의로 부풀렸다는 게 분식회계 의혹의 골자다. 당시 합병으로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가 돼 그룹 지배력이 커졌다.

앞서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이 없었고 이에 따라 이 현안을 위한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며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약 16억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약 204억원)에 대한 제 3자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분식회계 의혹과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연관성을 확인할 경우 현재 대법원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판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선고와 이 사건 수사는 별개”라며 “명확하게 사실규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수사를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회계법인은 물론 삼성 계열사 관계자를 비공개로 소환해 조사를 이어왔다. 최근에는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조사 대상에 제한은 없다”며 옛 미래전략실 등 삼성그룹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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