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깎여도 공무원이 최고" 취준생 몰린 공직박람회

최훈길 기자I 2015.09.23 18:52:26

역대 최대 규모 '2015 공직박람회' 4만명 참석
10~40대 늦깎이 취준생까지, 청년실업 걱정에 60대 부모도
상담관에게 "꼭 채용되고 싶다" 수차례 읍소하기도
인사처 "국가관 투철한 인재 채용"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우리 학교 학생들이 취업하고 싶은 1순위는 공무원입니다. 연금이 깎였다고 해도 공무원이 제일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23일 인사혁신처(인사처) 주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 공직박람회’에서 만난 고무성(18·분당경영고)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오전 10시 박람회 개막식이 열리기도 전에 행사장 앞에는 1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입장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올해 공직박람회는 행사기간을 이틀로 줄이고 지방 순회 박람회를 없애는 대신 참여기관을 늘렸다. 중앙부처·지자체 등 70개 기관이 참여했다. 2011년 처음 박람회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인사처는 올해 4만 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박람회에는 3만 7500명이 다녀갔다

박람회장에는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몰렸다.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담임교사 인솔 하에 단체로 견학을 온 학생들이다.

‘지방인재 채용목표제’, ‘지역인재 7·9급 추천제’ 등으로 인해 고교 졸업자의 공직 진출이 용이해진 때문이다.

최승호(18·정석항공과학고) 학생은 “대학 가도 취업이 어려운 판국에 잘릴 위험 없고 안정적인 공무원이 빨리 돼 부모님 걱정을 덜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늦깎이 취업준비생도 많았다. 국세청 임용을 목표로 9급 세무직 시험을 준비 중인 이세희(30·충주)씨는 “재무 전문성을 살리면서 안정성까지 고려하면 공무원이 나을 것 같아 지난해 직장을 그만뒀다”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온 것을 보니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60대 김모씨는 “30대 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서 부처별 책자라도 갖다 주려고 박람회에 왔다”고 말했다. 올해 국가직 9급 최고 경쟁률은 734.3대 1이었고, 40대 이상 합격자는 270명(5.5%)으로 작년보다 40.6%(78명)나 급증했다.

이날 공직박람회에서는 채용에 직접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부스가 인기를 끌었다. 면접 이미지 메이킹 관련 특강은 시작하자마자 150석 의자가 다 찼다. 모의면접을 볼 수 있는 부스(15곳), 현직 공무원이 시험 노하우를 상담해주는 ‘공직선배 일대일 멘토링관’(20곳)은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서울시 시간선택제 공무원 채용 면접을 앞두고 있다는 최규상(42)씨는 “이제는 면접시험에도 면밀하게 대비해야 합격할 수 있어서 함께 스터디를 하는 학생들과 함께 모의면접에 응시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직 공무원 면접은 개인발표, 개별면접, 집단토의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5·7·9급 면접시간이 현행보다 최대 105분 늘어나고 면접 탈락자도 늘어났다. 여기에 인사처는 단답형 질의에서 벗어나 상황형 질문을 확대하는 등 공무원 면접시험을 대폭 강화했다. 이날 모의면접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국가의 의미’, ‘공무원 준비 이유’, ‘태극기달기운동 관련 정책추진 계획서 작성’ 등 국가관 관련 문제가 출제됐다.

멘토링관 상담 중이던 법무부 9급 공무원인 이예슬(31)씨는 “올해 면접방식이 바뀌다 보니 면접에 대한 궁금증과 면접을 잘 볼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며 “‘정말 공무원이 되고 싶다’던 한 학생은 내가 인사권자라면 뽑아주고 싶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김모(41) 교사는 “예산낭비, 보여주기식 공직박람회가 되지 않으려면 박람회 현장에서도 채용을 하고 청년채용 규모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가관이 투철한 취업준비생을 중점적으로 채용하고 꾸준히 채용규모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수험생들이 어떤 공직자를 꿈꾸고 있는지, 임용 뒤 어떤 공직자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생각해 봤으면 한다”며 “공직 인기가 높아질수록 국가관 같은 공직가치를 중시하는 채용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채용방식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주최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5 공직박람회’에서 여고생들이 취업 상담을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등용문 현판 앞에 수문장을 배치하는 부스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사진=최훈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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