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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저감조치 사상 첫 엿새째 발령…국가재난 된 미세먼지

박일경 기자I 2019.03.05 16:50:20

서울·인천·경기·세종·충남·충북, 6일 연속 유력
제주도 역대 처음 포함돼 이틀연속 시행 예상
서울 135㎍/㎥…2015년 이래 최고치 경신할 듯
미세먼지 극심했던 1월 14일 122㎍/㎥ 넘어서

초미세먼지 습격으로 사상 첫 닷새째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5일 오후 서울 도심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비상저감조치가 5일 연속 시행되기는 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고농도 미세먼지가 일주일째 계속되며 국가재난으로 확산되고 있다. 5일 전국 거의 모든 지역이 미세먼지로 고통을 받은 데 이어 6일에는 미세먼지가 더욱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이 미세먼지로 뒤덮일 전망이다.

현재 수도권, 충청권, 전라권, 강원 영서, 제주 등 총 12개 시·도에서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고 있는데 6일 17개 시도에 모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엿새 연속 발령은 전례 없는 일이다. 서울·인천·경기·세종·충남·충북은 6일 연속, 대전 4일 연속, 광주·전남은 이틀 연속 발령되는 셈이다. 특히 제주도까지 포함돼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제주는 이틀 연속 이어진다.

◇ 중국發 스모그에 폭격당한 서쪽…경기 142㎍/㎥ ‘발령기준 3배 초과’

5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서울 130㎍/㎥, 경기 142㎍/㎥, 인천 119㎍/㎥, 강원 125㎍/㎥, 세종 161㎍/㎥, 충북 128㎍/㎥, 충남 120㎍/㎥, 대전 98㎍/㎥, 전북 99㎍/㎥, 전남 88㎍/㎥, 광주 118㎍/㎥, 경북 94㎍/㎥, 대구 92㎍/㎥, 경남 65㎍/㎥, 부산 66㎍/㎥, 제주 91㎍/㎥를 기록하고 있다.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매우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환경부와 각 시도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으로 예보됐거나 당일 오후 4시까지 하루 평균 농도가 50㎍/㎥를 넘고 다음날에도 5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있다. 이날 미세먼지 농도는 발령 기준을 최고 3배나 초과하고 있다. 6일도 서울·인천·경기 북부·강원·충남·광주·전남·대구·경북·부산·경남·제주 지역에서 ‘나쁨’을, 경기 남부·충북·세종·대전·전북 지역은 ‘매우 나쁨’ 단계의 미세먼지 농도가 예보돼 엿새째 비상저감조치가 이어질 것이 유력하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12개 시·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5일 오후 서울 하늘을 회색빛 먼지층이 뒤덮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6일 밤부터 점차 수그러져 오는 7일 전 권역에서 ‘보통’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8일부터 다시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져 숨쉬기 힘든 날이 계속될 것으로 환경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비상저감조치가 7일 하루 정도 해제됐다가 주말에 다시 발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이 돼버린 미세먼지에 시민들은 공포심마저 느끼는 지경이 됐다.

국립환경과학원 예보관은 “7일 바람이 강하게 불어 미세먼지가 해소되겠지만 문제는 미세먼지가 너무 짙게 깔려 농도가 ‘매우 나쁨’에서 ‘나쁨’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 정체가 지속되며 국내외 대기오염물질이 유입돼 농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최근 카드뮴, 납, 니켈, 크롬 등의 중금속 성분까지 포함한 중국발(發) 스모그로 서쪽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치솟자 고강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중국도 미세먼지가 심각하기 때문에 장관이 굉장히 많은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시인하고 있다”고 중국 측 분위기를 전했다. 조 장관은 “양국이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저감을 위한 공동노력을 단순한 협약이 아니라 실천 방안을 강구하기로 구체적 합의한 만큼 정부는 이행을 위한 후속과제를 적극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중구청 분진청소 차량이 도로 물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일상 돼버린 미세먼지에 시민 공포 커져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미세먼지가 극심했던 지난 1월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3일 연속 비상저감조치를 결정한 1월 14일엔 발령 기준시점인 오후 5시 서울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122㎍/㎥를 기록했다. 환경부가 초미세먼지 농도를 관측하기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였는데 이를 경신했다. 당시 경기와 인천의 하루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도 ‘매우 나쁨’(76㎍/㎥ 이상) 수준을 크게 웃도는 118㎍/㎥, 102㎍/㎥로 각각 측정됐는데 이 역시 크게 웃돌고 있다.

서울 지역의 총중량 2.5t 이상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된다. 위반할 경우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배출가스 5등급 차량에 대한 운행제한이 실시된 것은 지난달 15일 미세먼지 특별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법 시행 후 첫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22일에는 총 8627대가 적발됐다. 일주일 전보다 21.2% 감소한 수치다. 오염저감장치 부착 차량이 늘고 운행제한에 동참하는 차량이 늘면서 적발 차량 역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5등급 차량 단속은 앞으로 더 강화된다. 서울시는 오는 6월1일부터는 단속 대상을 중량에 상관없이 전국에 등록된 5등급 차량 전체(245만대)로 확대한다. 전국 등록 차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반기부터는 도심 사대문 안 녹색 교통진흥지역에서 5등급 차량 운행이 상시 제한된다. 지속가능 교통물류 발전법에 따르면 녹색교통진흥지역에서 5등급 차량을 운행할 경우 최고 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서울시는 우선 25만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시기나 방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민간 사업장·공사장의 비상저감조치 참여도 이어지고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화력발전의 출력을 80%로 제한하는 상한제약도 6일 연속 실시된다.

조 장관은 이날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으로 인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법안으로 미세먼지가 고농도 때는 본래 자연재난으로 서울시에선 조례로 해석하다가 자연재난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사회재난으로 규정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아직 통과는 안 됐으나 법안이 제정되면 재난에 준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여러가지 비상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어 지금보다 강도와 강제력이 높은 비상조치들이 취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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