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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교수는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 주제의 국제 컨퍼런스(정책기획위원회,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KDI 주관) 기조연설에서 “복지증세 규모는 문재인정부에서 적어도 5~10배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면서 “그래야 복지국가로 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소득세·법인세)‘핀셋 증세’라고 해서 최고 부유층만 타깃으로 했더니 세수가 5조5000억원(기획재정부 추산 2018년 세법개정안 세수효과 기준)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이번에는 (5~10배 이상인) 수십조원을 목표로 부유층뿐만 아니라 중산층까지도 세금을 더 부담하도록 하되 혜택을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유세가 (증세) 우선순위 1번이며 부가가치세도 5%포인트 정도 더 받을 수 있고 소득세, 법인세도 더 올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모든 토지 보유자에게 과세하는 국토보유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종합부동산세는 ‘땅 부자’만 세금을 내다보니 사회갈등 요소가 있었다”며 “땅이 한 평이라도 있는 사람에게 보유세를 걷으면 15조원이 걷히고 이를 5000만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면 1인당 30만원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농지 토지개혁 덕분에 60∼70년대 고성장이 가능했다”며 “지금은 제2의 토지개혁이 필요한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입장에 대해 기획재정부나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측은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기구로 지난달 출범해 보유세 개편안을 논의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교수와 세제 관련해 연락이나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그 정도의 증세 규모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위 관계자도 “국토보유세를 논의한 바 없다”며 “과세의 규모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매우 합리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 교수의 말씀은 복지국가로 가는 장기적인 정책 방향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권 내에서 이 교수의 증세론에 공감하는 분위기도 있는 게 사실이다. 재정개혁특위 위원장인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11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심포지엄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발표한 ‘세제개편 방안’을 통해 △소득세·법인세 감면 축소 등 추가 증세 △종합부동산세·재산세·임대소득세 개편 △부가가치세 면세 개편 △금융소득 과세(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강화)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 △상속세 공제 축소, 가업상속공제 축소 등을 주장했다.
강 위원장은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며 내달 6.13 지방선거 이후 종부세 개편안(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7~8월께 발표되는 기재부의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종부세 개정안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오는 12월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반적인 조세개혁안을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