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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미투’(MeToo) 운동을 통해 음악인 남궁연(51)의 성폭력을 고발한 피해자들이 연대에 나선다. 이들은 “우리가 당한 일은 사실이자 진실이기에 끝까지 싸우겠다”며 남궁연에 대한 법적 대응 의사도 밝혔다.
남궁연의 성폭력 피해자 A씨는 6일 이데일리에 “남궁연이 (성폭력 의혹을) 사실무근이라며 법적으로 강경대응한다고 했는데 내가 당한 일도 사실이기에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는 “남궁연이 A씨를 고소한다는 것에 분노해 나 역시 함께 피해 사실을 폭로했는데 이 과정에서 나까지 고소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냈다”며 “내가 겪은 일은 진실이기에 겁먹지 않고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 소송이 진행되면 끝까지 싸울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남궁연의 사과를 재차 요구했다. A씨는 “어떻게 그 일을 허위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C씨는 “내가 (남궁연에게) 전화로 ‘당신이 성적인 부분에 있어 죄를 지은 걸 인정하느냐’고 했을 때 ‘인정한다’고 했다”면서 “‘치욕의 기억을 평생 잊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했을 때는 ‘평생 속죄하며 죗값을 치루고 살겠다’고 한 그 사람이 어떻게 나를 고소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C씨는 “(이 일로) 15년 넘게 부끄럽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이번 ‘미투’를 계기로 내가 당당해져야 풀 수 있는 문제이고 이것이 더 이상 피해자를 만들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소신을 갖고 행동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B씨와 D씨도 이들과 연대할 뜻을 밝혔다. D씨는 “(남궁연에게)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는지, 예술이란 명목하에 순수한 친구들의 영혼을 더럽히려고 한 불순한 의도가 정말 없었는지 묻고 싶다”며 “사회적 불의에 대항하는 참된 예술인의 이미지를 자신의 쾌락에 이용하고서는 이를 정당화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남궁연에 대한 법적 대응을 위해 법률 자문을 받는 등 공동의 노력에 나서고 있다. A씨는 “다른 피해자도 더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함께 연대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으로라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D씨는 “또 다른 피해자들도 배신감·수치심·두려움 등으로 자책하지 않길 바란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응원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남궁연은 지난달 2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미투’ 글을 통해 성폭력 의혹에 휘말렸다. 현재까지 4명의 피해자가 나왔지만 남궁연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직접적인 사과나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고소 입장 표명 전 남궁연의 아내가 피해자를 회유하려고 한 전화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커졌지만 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남궁연은 이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강경대응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밝혔다. 6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남궁연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자택 앞에서 만난 기자에게 “나는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궁연이 성폭행 논란에 대해 법률대리인을 통하지 않고 입장을 직접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