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문 대통령 스스로 “외교 문제는 걱정”이라고 털어놨을 정도다. 문 대통령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 한 달간 새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행적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목소리가 많았다. 취임 전부터 강조했던 ‘당당한 외교’, ‘균형 잡힌 외교’, ‘자주적인 외교’를 실현하기 위한 초석은 잘 놓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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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우려와는 달리 최대 우방이자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기조를 가져가는 한편, 사드 문제로 틀어진 중국과는 관계 회복을 위한 출구전략 짜기에 들어갔다. 위안부 합의 이후 합의 내용 등을 놓고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와 관계 복원을 분리해 풀어가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미, 한중간 핵심 외교 현안인 사드 문제의 경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미중간에 줄타기를 잘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 자체를 백지화한다기 보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던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공론화 과정의 필요성을 미중 양측에 설득하고 있다.
여기에 사드 장비 추가 반입에 대한 국방부의 보고 누락과 환경 영향 평가 문제 등이 돌발 이슈가 불거지면서 내부적인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오히려 외교적으로는 새 정부가 사드 배치 문제를 충분히 검토할 명분을 얻은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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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한 외교 현안에 대해 공론화와 국민 정서 등을 강조함으로써 투명성과 정당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은 국민들에게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앞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외 관계에서 국민들이 제일 아쉬워했던 점이 한반도 문제나 북한 문제를 다루는데 우리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문제의식만 있었지 어떻게 라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며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우리 문제를 다루는 우리의 주인의식을 회복하려는 노력, 우리가 중심을 잡고자 하는 노력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특히 국민들이 뭘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지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 구체적인 방향 제시할 때…인사 난항 속 한미 정상회담 우려도
다만 미중과 같은 강대국을 상대로 전략적인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우리 이익을 관철해 나가는 전략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수위가 없었기 때문에 다소간의 정책적 혼란상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사드 문제 등 주요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명확히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정부가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고, 우리 국내 정치 상황이나 북한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가져가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인휘 교수도 “현재로서는 당당한 외교라는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갈수록 미중이라는 거대한 상대가 우리 마음대로 안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고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안보라인 인선이 예상보다 늦어지며 난항을 겪으면서 보름여 앞으로 바짝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석연찮은 이유로 돌연 사의를 표명한데다 초대 외교장관으로 지명된 강경화 후보자는 야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청문회 문턱을 넘기 녹록치 않아 보인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인수위 기간이 없는 상태에서 외교안보 인선이 더뎌지면서 한미정상회담 준비가 너무 촉박해졌다”며 “사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 성과 있는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보다 준비된 상태에서 회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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