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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최순실 게이트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주요 혐의자 간의 분열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조카 장시호(38)씨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최씨 소유의 또다른 태블릿PC를 제출했다. 최씨의 지시에 따랐을 뿐 불법행위를 저지를 의도는 없었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은 최씨가 삼성그룹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부당 지원받은 정황을 입증할 중요 증거가 담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규철 특검보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5일 특정 피의자의 변호인이 태블릿PC 1대를 임의제출했다”며 “최씨 소유로 확인됐고 지난 2015년 7~11월중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저장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최씨가 독일 코레스포츠를 설립하는 과정과 삼성으로부터 (수십억원대) 지원금을 수수한 것과 관련한 다수의 이메일이 발견됐다”며 “2015년 10월 13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말씀자료의 중간 수정본 등의 문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태블릿 제출자가 장시호씨라고 확인했다. 최씨의 조카인 장씨가 삼성 지원금 부당 수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특검에 제공한 셈이다.
태블릿에는 최씨가 지난 2015년 8월 독일에 현 비덱스포츠의 전신인 코레스포츠를 설립하면서 삼성과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는 과정이 이메일 형태로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삼성이 실제로 입금한 금액은 78억원이다. 대부분 최씨와 딸 정유라씨의 개인 용도로 지출됐다.
최씨와 삼성의 뇌물죄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는 특검 입장에서는 뜻밖의 횡재를 한 셈이다. 이 특검보는 “태블릿을 입수한 뒤 최건에야 분석 절차가 완료됐다”며 “삼성 관계자들을 단순 뇌물죄로 할지, 제3자 뇌물공여로 할지는 기소할 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이번 태블릿을 정당한 절차를 통해 입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특검보는 “태블릿은 특검의 요구가 아닌 피의자의 자발적 의지로 제출된 것”이라며 “저장된 파일도 기존에 나타난 내용과 일치하는 점이 많아 상당한 자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JTBC가 입수한 태블릿 외에 또다른 태블릿이 등장하면서 최씨의 태블릿 사용 능력에 대한 논란도 불식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기존 태블릿의 증거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잦아들 전망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최씨가 태블릿을 정상적으로 사용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박근혜 대통령 측이 제기하는 태블릿 오염 가능성 논란에 대한 근거도 약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