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기능(AI)기반의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뷰노의 이예하(사진) 대표는 16일 서울 서초구 뷰노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AI를 활용한 폐암 검진 도구인 ‘렁씨티 에이아이(LungCT AI)’의 연구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의사들이 놓칠 수 있는 오진을 뷰노의 AI의료기술이 족집게처럼 찾아냈다는 얘기다.
이 제품은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흉부 CT 영상에서 폐결절을 잡아내 폐암을 조기검진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기기다. 회사는 과거 판독된 방대한 양의 CT 영상 데이터를 딥러닝 방식으로 학습해 기존 기술보다 높은 검출 정확도를 자랑한다. 현재 임상 마무리 단계다. 회사측은 이르면 내년 초 보건당국의 허가를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지능 기반 CT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하반기에는 해외 진출을 위한 유럽인증(CE)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추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최근 이달 초 시카고에서 개최된 ‘2019년 북미방사선의학회(RSNA)에서 많은 외국 의사들이나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특히 정책적 변화에 따라 흉부 CT판독에 대한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국가가 무료로 암검진을 해주는 ‘국가 암검진’사업에 폐암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폐암은 전체 암 중에서 사망자수 1위지만 조기발견율이 20%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부터 54세부터 74세까지의 장기흡연자를 대상으로 방사선의 양이 적은 ‘저선량’ 흉부 CT을 통한 폐암검진사업에 나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총 200만 명이 한해 CT를 촬영했다. 뷰노는 국가 암검진에 폐암이 추가되면서 한해 수십만명이 더 흉부 CT를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7년 기준 영상의학 전문의는 3700명 정도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에선 AI 의료기기가 진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돕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뷰노는 2014년 출발한 AI 기반 의료기기 국내 1호 벤처다. 이 대표를 비롯해 김현준 최고전략책임자, 정규환 최고기술책임자 등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출신 연구원 세명이 설립했다. 이들은 삼성 소속 당시 음성인식 엔진 개발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박사 출신의 이 대표는 “기술원에서 음성인식 (개발)하는 것보다 좀더 가치 있는 일에 딥러닝이나 AI기술을 적용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뷰노의 대표적 상용화 시판 제품은 국내 1호 AI 의료기기 ‘본에이지’다. 환자들의 왼쪽 손 엑스레이 영상을 인공지능이 분석해 ‘뼈나이’를 판독한다. 현재 50여곳의 대형 소화과 전문 병원에서 성장판 검사 등에 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저성장이나 성조숙증 등을 진단한다. 이 대표는 “주관적인 의사들의 판단 차이를 일관되게 만들어주고 좀더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들이 진단하게 도와준다”고 말했다. 지금은 의사들이 ‘뼈나이 엑스레이 사진과 연령’이 담긴 서적을 펼쳐가며 일일이 비슷한 뼈나이 영상을 뒤지는 ‘같은 그림찾기’를 하고 있다. 뷰노에 따르면 본에이지를 쓰면 판독 속도가 최대 40%까지 빨라지고 진단 정확도도 10% 올라간다.
뷰노는 본에이지 이외에도 흉부엑스레이에서 주로 판단하는 5가지 병의 소견과 질환의 위치를 알려주는 ‘체스트(흉부)엑스레이’, 뇌 자기공명영상(MRI)를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을 도와주는 ‘딥브레인’ 등 3가지 제품을 당국에서 허가받았다. 이 대표는 “내년 초면 서너가지 제품이 추가로 나올 것”아러며 “내년 여름이나 가을쯤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에 나설 계획으로 기술성심사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