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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11일 오후 자사고·일반고 입시 시기 일원화 및 이중지원 금지 규정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80조 1항 및 81조 5항에 대해 자사고-일반고 동시선발은 합헌이라면서도 이중지원을 금지한 것은 위헌이라며 ‘부분 위헌’ 결정을 내놨다.
앞서 지난해 2월 민족사관고·상산고 등 전국단위 자사고 법인 이사장과 자사고 지망생 등은 정부가 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학생·학부모의 학교선택권과 학교법인의 사학 운영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청구와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개정 시행령이 자사고의 학생 우선선발권 폐지와 평준화 지역 자사고 지원학생의 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다. 지난해 6월 헌재는 자사고의 후기전형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했지만 자사고와 일반고를 이중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본안 판결에서도 헌재가 ‘부분 위헌’ 결정을 내놓자 자사고 측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민족사관고의 한만위 교장은 “이중지원 금지만 위헌으로 결정 나 유감스럽지만 겸허히 받아 들이는 방법 밖에 없다”면서도 “자사고 후기모집이 합헌으로 결정나며 자사고 입장에서는 ‘자사고 폐지론’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에는 평등과 다양성이 공존해야 하는데 전기모집 폐지 등은 자사고의 입지를 좁아지게 한다”며 “이는 결국 교육의 다양성을 없애는 방향이므로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최근 자사고 재지정 평가 문제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서울시교육청과 대립각을 세워온 서울 지역 자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지역 자사고인 휘문고의 이종철 교장은 “이번 결정으로 지난해 고입 체계가 유지되는 만큼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번 결정으로 자사고 폐지가 본격화 될 경우 교육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고 이 모든 것을 학교가 책임져야 해 부담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학부모들의 아쉬움도 컸다. 중3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9)씨는 “헌재 결정에 따라 자사고 후기모집이 합헌으로 결정 나 실망스럽다”며 “자사고 전기모집이 되살아나면 자사고를 먼저 지원한 뒤 탈락하면 일반고 지원기회도 생겨나는데 기대와 다르게 결정이 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이 나오자 서울시교육청은 입장문을 내고 “자사고·외고·국제고 선발 시기를 후기로 전환해 일반고와 동시전형을 실시하도록 한 헌법재판소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자사고·외고·국제고 지원 학생이 이들 학교에서 떨어져도 일반고를 중복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둠으로써 여전히 자사고 등의 학교가 학생 선점권을 갖게 한 부분은 일반고와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아쉽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이 지난해 6월 헌재가 내린 가처분 판결과 동일한 만큼 지난 3월 발표된 ‘2020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은 내용 변화 없이 그대로 올해 고입 시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