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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부터 신규 대여 중단…연말까지 잔액 소진
23일 전주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주 이사장은 “기금운용본부의 자체 논의를 거쳐 지난 22일부터 국내 주식에 대한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며 “현재 남은 대여잔고 6000억원도 연말까지 모두 소진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재개 여부에 대해서도 그는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가 공매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 현장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대여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오전부터 수십명의 개인투자자들이 국민연금 본부 입구에서 “국민연금 주식대여, 국가재정 파탄낸다”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원이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 부작용에 대해 지적했다. 남 의원은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가 공매도 세력에 종잣돈을 제공해 주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지금 당장 주식 대여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통한 대여수익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남 의원은 “실제 연평균 대여 잔고는 6000억원 정도”라며 “대여수익은 2016년 147억원, 2017년 138억원, 2018년 6월 68억원 등으로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일평균 대여잔고(4480억원)를 기준(금융투자협회 공시 통계 )으로 볼 때 지난해 국내주식 대여시장(66조 4040억원)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68%에 불과하다.
◇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기준 ‘불분명’…근본대책 필요
근본적으로 국내 주식 공매도 과열을 막으려는 국민연금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한 공매도 과열종목에 대한 기준도 명확치 않다는 지적이다. 장정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공매도를 막으려는 국민연금의 노력이 미흡했다”며 “올해 공매도 과열 관리 종목으로 선정된 62개 기업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이 연금 측에 요구한 기준에 대한 답변이 부실했고 오히려 수탁은행에 책임을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존 공매도 과열 종목과는 별도로 지정한 바이오 제약 과열 종목의 기준도 불분명하다”며 “종근당의 경우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적이 없는데도 바이오 과열 종목으로 지정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주식 대여를 법적으로 원천봉쇄 해야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은 법적인 허용에도 주식 대여를 하지 않지만 국민연금만 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국민연금의 주식 대여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민연금이 빠져도 대차 시장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투자 관점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국민연금 투자 운영에 개입하는 것은 투자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꼴”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평균 약 6000억원이 국내 주식 시장을 좌지우지 하지는 않는다”며 “국민연금의 공매도 때문에 국내 주식이 하락했다는 논리는 상식에서 어긋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