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국내 증시 대장주이자 가장 비싼 주식인 삼성전자(005930)가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한주에 250만원에 달하는 주식을 50개로 쪼개서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고가 종목이 액면분할할 경우 주가 상승 동력이 되는 만큼 삼성전자의 깜짝 액면분할을 계기로 다른 ‘황제주’들도 주주환원정책에 동참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단순 주가 기준 100만원이 넘는 종목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005935)선주를 비롯해 롯데칠성(005300) 태광산업(003240) LG생활건강(051900) 영풍(000670) 총 6개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는 50대 1 비율의 액면분할을 결정함에 따라 황제주 대열에서 이탈하고 4개 종목만 남게 될 전망이다.
고가주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 받는 것은 낮은 접근성이다. 몇 주만 사도 수백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보니 기업 가치가 좋아도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쉽게 살 수 없는 ‘귀한 몸’이 되고 만다.
현재 남아있는 고가주들은 꾸준히 시장으로부터 액면분할 요구를 받아왔다. 이중에서도 롯데칠성은 액면분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높은 음식료 업종은 최근 몇년새 줄줄이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다운사이징’이 추세가 됐기 때문이다. 계열사 중 롯데제과(280360)는 지난 2016년 10대 1로 액면분할한 바 있다. 당시 주가는 200만원대였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그룹은 과거 주가 부양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신동빈 회장 체제에 들어 주주친화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액면분할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태광산업이나 LG생활건강, 영풍 역시 삼성전자 액면분할 소식 이후 포털사이트 종목게시판 등에서 주주들의 액면분할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이슈로 타격을 받은 바 있고 영풍은 상승장에도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액면분할 같은 ‘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는다. 롯데칠성을 비롯해 이들 4개 종목은 액면가도 5000원이어서 10대 1 방식으로 분할해도 큰 부담이 없다.
액면분할을 통해 투자자 접근성이 쉬워지면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근의 주주친화 트렌드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액면분할은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의 요구는 더 커질 것”이라며 “애플은 4차례나 액면분할을 실시하면서 접근성을 높였고 과거 미국에서는 액면분할을 실시한 종목의 향후 3년간 상승폭이 시장 평균을 10% 이상 웃돌았다는 통계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