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국민연금이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사외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하면서 올해 정기주총 시즌 주주권 행사 포문을 열었다. 올초 기대했던 배당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도입은 보류됐지만,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주주권 행사에는 적극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12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의 정기주총에서 사외이사 2명의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하기로 결의했다. 작년 9월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의 한국전력 부지 매입 의사결정 과정에서 투자여력이나 매입가격, 투자효과에 대한 논의 없이 대표이사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은 현대모비스 지분 8.02%, 기아차 7.04%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과 20일에 열리는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주주총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기주총은 아니지만 지난달 26일 열린 우리산업 분할안에 기업가치 하락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던졌고, 1월26일 골프존의 정관 일부를 변경하는 안에 대해 주주가치희석,경영권방어활용,이해상충 등이 걱정된다며 반대했다.
이어 맞이하는 정기주총 시즌에서도 현대차그룹을 시작으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국민연금은 작년 3월 정기주총을 개최한 국내 회사에 대해 반대율 9.4%를 보였다. 기업지배구조원의 반대권고율 18.7%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1%대인 기관투자자들의 반대율보다는 높았다.
여기에 올해부터 국민연금이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서스틴베스트와 의안분석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맞춤형 분석보고서를 제공받기 시작했다는 점도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점치는 배경이다. 작년까지는 의안분석 기관들이 범용으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해 국민연금 입장에서 해석하고 권고한 보고서를 토대로 의결권 행사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그동안 과도한 겸임이나 법원 판결을 근거로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는 이사 선임안 등에 주로 반대해 왔다”며 “올해에는 의안분석을 바탕으로 개별 분석해 반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기주총에서 국민연금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윤진수 기업지배구조원 의결권분석 팀장은 “의결권 분석 기관이 늘어나고 시장에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라며 “좀 더 적극적으로 국민연금의 기준에 맞춰 의안을 분석한 만큼 작년보다 반대비율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