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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는 기존 전자상거래에서 벗어나 클라우드, 생성형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막대하게 투자하고 있다. 2036년까지 20억명 이상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1억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며 1000만개 중소기업이 수익을 내도록 돕겠다는 목표를 세울 정도로 경제 발전에 ‘진심’이다.
중국 기술기업이 한국을 위협할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건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기술 굴기를 바탕으로 AI나 휴머노이드 로봇, 항공우주 같은 첨단 기술을 향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3개짜리 통돌이 세탁기 봤나요?” 기술 혁신 사례
최근 방문한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하이얼 본사는 R&D 센터와 스마트 제조 공장, 제품 전시관 등이 함께 조성돼 하나의 거대한 산업 단지를 형성했다. 하이얼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에 35개 산업단지, 제조 센터 163개, 판매 네트워크 23만개를 세웠고 칭다오 본사는 글로벌 경영 중심지로 조직 개편했다”고 소개했다.
본사 안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망치가 전시됐는데 이는 품질을 중요시한 하이얼의 상징과 같다. 하이얼 창업자인 장루이민이 1985년 전 직원 앞에서 불량 냉장고 76대를 쇠망치로 부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당시 냉장고 한 개 가격은 평범한 근로자의 2년치 급여와 비슷했다고 한다.
본사 내 전시관에는 현재 판매 중인 가전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음성을 통해 모든 상황을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홈’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AI 음성 인식을 통해 비슷한 서비스를 구현하지만 하이얼은 ‘AI 눈’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무인 가사를 노리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스마트홈 냉장고에선 식품 유통기한이나 레시피를 알려주고 온라인 쇼핑 링크로도 연결 가능하다. 거실에 앉아 있으면 사용자 상태를 고려해 에어컨 바람 같은 설정 등을 자율 조정한다.
이곳을 안내하던 직원은 “집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싶을 때만 리모컨을 조작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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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실에는 마치 미키마우스와 같은 외형의 특이한 세탁기가 있었다. 일명 ‘게으름뱅이’라고 불리는 이 세탁기는 총 3개의 드럼통을 장착했다. 세탁기 위편 두 개의 작은 통엔 각각 속옷이나 양말 등을 넣고, 큰 통에 옷가지 등을 넣어 서로 섞이지 않으면서 한 번에 세탁할 수 있다. 당초 중국 네티즌들이 ‘이런 세탁기도 만들어 달라’고 농담 섞인 제안을 하자 이를 실제로 실행에 옮긴 작품이다.
다양한 제품군을 갖춘 하이얼은 해외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삼성·LG 등의 가전을 수입하던 중국이었으나 이젠 대규모 수출국이 된 것이다. 하이얼의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은 4016억위안(약 77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8%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초기엔 해외 시장 진출이 무척 어려워 일부 맞춤형 상품을 내놨다”면서 이후 “글로벌 제조, R&D, 시장 현지화를 꾸준히 추진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AI 73조원대 투자 계획, 글로벌 기업과 경쟁
지난해 5월 베이징 차오양구 북쪽에서는 알리바바의 베이징 캠퍼스가 공식 개장했다. 약 1만9000명의 알리바바 인재들을 수용하는 이곳은 항저우 본사와 협업 체계를 유지하며 베이징을 R&D·정책 협력 중심지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캠퍼스 전시관에는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초기 동료들과 함께 집에서 노트북을 들고 일하는 모습 등 초기 사진이 걸렸다. 사진을 소개하던 회사 직원은 알리바바의 목표가 ‘102년 생존하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바바는 1999년 창업했는데 102년이 지나면 2101년, 즉 3세기를 잇게 된다는 의미다. 마윈은 창업 25주년인 지난해 이러한 목표를 언급하고 “얼마나 쉽지 않은 목표인지 매년의 경험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면서 생존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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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의 생존 전략은 지금까지 성장 스토리를 보면 유추할 수 있다. 처음 전자상거래, 즉 온라인 쇼핑몰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티몰·타오바오 같은 플랫폼을 출범하며 인기를 끌었다.
플랫폼에 사용자가 몰리면서 트래픽이 급증하자 이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제 알리바바 클라우드 사업은 아마존 같은 세계 선두권 기업과도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한국 대기업들도 알리바바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양한 데이터를 사용하게 되니 AI 기술 발전은 필수였다. 알리바바는 특히 챗GPT로 전세계에 생성형 AI 열풍이 불자 2023년 5월 대항마로 퉁이첸원이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선보였다. 올해엔 ‘중국판 챗GPT’인 딥시크의 출연으로 중국 AI 모델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쏠렸다.
알리바바는 현재 휴머니티라스트, 라이브코드벤치 등 AI의 기술 경쟁력을 점검하는 조사에서 ‘첸원3 235b’ 모델이 ‘O4 미니’(오픈AI), ‘제미니 2.5프로’(구글), ‘그록3 미니’(xAI)에 이어 4위권이라고 밝혔다. 딥시크의 ‘R1’이 7위인 점을 보면 중국 AI 중에선 가장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러한 생성형 AI를 통해 클라우드 등 기존 사업은 물론 영화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R&D에 대한 노력은 지속될 예정이다. 알리바바그룹 최고경영자(CEO) 우융밍은 지난 2월 앞으로 3년간 클라우드·AI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에 총 3800억위안(약 73조7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시 마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 민영기업 심포지엄에 참석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AI에 대한 경쟁력 강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