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생리통 결석…교사 ‘거짓말 의심’에 젠더 갈등까지

이종일 기자I 2022.07.11 18:22:51

고교 생리 공결제, 교사들 의심에 예민해져
생기주기 아닌데 생리통 호소 "석연치 않아"
교육부 지침 따라 여학생 결석 출석으로 인정
남학생 "부러운데 진짜 아픈지 의심" 젠더 갈등

경기도 한 고등학교 전경.


[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일선 고등학교 교사들이 여학생 생리 공결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사가 생리통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여학생의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여학생이 시험 때마다 생리통 결석을 하는 것을 본 남학생은 ‘여성혐오’ 감정을 갖는다는 지적도 나와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교사들, 반복된 생리통 결석 ‘거짓말 의심’

11일 인천·경기 고교 교사 등에 따르면 교육부는 2006년부터 초·중·고등학교 여학생의 생리통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주는 ‘생리 공결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생리통 결석을 질병결석으로 처리하는 것이 건강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따른 것이다.

당시 인권위는 여학생의 사회적 배려를 보완하라고 교육부에 권고했다. 질병결석은 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만 생리통 결석은 월 1회 출석으로 인정돼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지 않는다. 학교 내부 자료에만 ‘생리통 결석’으로 기록한다.

한때 일부 학교가 병원 진단서나 소견서 제출을 요구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시·도교육청의 개선 요구가 있었다. 이에 교육부는 2020년부터 진단서·소견서 없이 학부모 의견서를 받아 출석 인정을 하게 했다. 또 진단서 등의 의료적 확인을 요구하지 못하게 학교에 안내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고교 담임교사는 특정 여학생들의 반복된 생리통 결석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통상적인 생리주기(28~32일)를 벗어나 생리통 결석이 들쑥날쑥 이뤄지기 때문이다. 교사는 생리통이 거짓일 수 있다고 의심하지만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출석으로 인정해준다.

경기 A고교 3학년 담임교사 B씨(50대·여)는 매달 반에서 한두명의 여학생으로부터 생리 공결제 사용을 요구받는다. B씨는 “생리주기가 맞지 않아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지만 학생과의 관계가 틀어질까봐 석연치 않아도 출석으로 인정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부모가 거짓말한다는 생각이 들 때 그냥 넘어가야 할지, 아니면 상담을 통해 바로잡아야 할지 고심한다”며 “교육부는 학부모 의견서만 받아 출석을 인정하라고 하지만 교사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단체 “아픈 학생 의견 존중해야”

또 다른 고교의 3학년 담임교사(여)는 거짓말이 의심되는 여학생의 생리통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가 민원 제기로 고충을 겪었다. 남교사는 의심이 있어도 예민한 질문을 피한 채 출석으로 인정해준다고 교사들은 밝혔다. 생리통 결석을 한 여학생은 집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SNS에 게시해 등교한 학생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시험 기간 전후로 생리통 결석을 하는 경우도 빈번해 교사·학생의 불신이 커진다.

경기 C고교 1학년 담임교사 D씨(40대·여)는 “한 여학생은 기말고사가 시작된 지난달 27일(월요일)에 앞서 금요일인 24일 생리통 결석을 했다”며 “시험 전 금요일부터 집에서 편히 공부하려는 의도 같지만 교육부 지침을 고려해 출석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인천의 고교 2학년 담임교사 E씨(40대·여)는 “반에서 시험 전후로 두세명씩 생리통 결석을 한다”며 “매번 그렇다 보니 시험공부나 휴식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결석하지 않는 학생은 생리통 결석 학생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인천 부평구 고교 2학년 남학생(17)은 “생리통 결석을 하는 여학생이 부럽다”며 “진짜 아픈 것인지 의심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일부 남학생이 생리통 결석을 자주 하는 여학생에 대한 혐오 감정을 갖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남학생을 또 여학생이 싫어해 젠더 갈등이 생긴다”며 “젠더 갈등이 확산하지 않도록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생리통이 없지만 거짓말로 생리 공결제를 악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호한 기준을 보완하고 상담 등의 절차를 거쳐 출석 인정 여부를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성단체는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여성인권플러스 관계자는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생리통은 입증하기 어렵다”며 “아픈 학생의 의견을 존중해 생리 공결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 생리 공결제로 인한 갈등이 있다는 것을 안다”며 “지난해 시·도교육청 장학사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좀 더 논의해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