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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인기 아닌 가전 ‘표준’으로 자리잡은 ‘맞춤형 가전’

신중섭 기자I 2021.03.10 17:08:05

'맞춤형' 트렌드, 냉장고서 가전 전체로 확대
삼성 비스포크, 올해 국내 가전 매출 80% 목표
LG 오브제컬렉션, 13개 제품군까지 늘어
"선택폭 늘어도 주문제작 차질없어…공정 자신"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냉장고에 적용됐던 ‘맞춤형 콘셉트’가 이제는 가전의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국내 양대 가전 업체인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모두 장기적으로 일반 가전 전체를 ‘맞춤형’으로 대체하려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가전 매출 비중의 80%까지 높이겠다는 구체적 목표까지 세웠다.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의 비스포크 홈 신제품들(왼쪽)과 더 현대 서울에 마련된 ‘LG 오브제컬렉션’ 체험 공간(오른쪽)(사진=삼성전자, LG전자)
냉장고로 시작했지만…생활가전 ‘표준’된 ‘맞춤형’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9일 ‘비스포크 홈 미디어데이’를 열고 맞춤형 가전 콘셉트인 ‘비스포크(BESPOKE)’를 주방뿐 아니라 거실, 침실, 세탁실 등 집안 전체에 적용해 ‘비스포크 홈’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 비스포크는 지난 2019년 6월 삼성전자의 소비자 중심의 생활가전 전략 ‘프로젝트 프리즘’의 일환으로 탄생한 맞춤형 가전제품 브랜드다. 맞춤 정장을 뜻하는 영어단어 ‘bespoke(비스포크)’처럼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의 가전을 만들자는 게 골자였다.

이 콘셉트를 처음 적용시킨 제품은 현재 비스포크 주력 제품이기도 한 ‘냉장고’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문짝 수는 물론, 문짝마다 색깔·소재도 정할 수 있어 각자의 개성을 입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방 가구에 맞게 설치할 수 있는 ‘키친핏’도 제공해 활용이 더욱 자유롭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률적인 디자인 포화 상태에 이르렀던 가전 시장이 지난해 삼성 국내 냉장고 매출에서 비스포크 비중이 65%에 달할 정도다. ‘소비자 중심’이라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 삼성전자는 냉장고에 그치지 않고 정수기·세탁기·에어컨·에어드레서 등 다양한 가전제품으로 비스포크 콘셉트를 확장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신제품 17종을 출시해 집안 어디서나 비스포크를 사용할 수 있는 ‘비스포크 홈’을 구축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매출 목표까지 세웠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은 미디어데이에서 “올해 국내 가전 매출에서 비스포크 비중을 8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가전 대부분을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가전’으로 대체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디자인 선택폭 지속 확대…‘주문 후 생산’도 완벽 적응

LG전자도 맞춤형 가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11월 선보인 소비자 맞춤형 가전 ‘오브제’를 지난해 ‘오브제 컬렉션’으로 확장했다. 기존 LG 오브제는 협탁식 냉장고와 같이 가전과 가구를 융합한 ‘프리미엄 가전’에 가까웠지만, LG 오브제 컬렉션은 제품군 확장과 함께 다양한 재질·색상 등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혔다. 올해 추가된 에어컨과 청소기를 포함, 현재 총 13개 제품군이 마련돼 있다.

LG 오브제 컬렉션의 판매량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LG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 동안 오브제 컬렉션이 있는 제품군의 가전을 구매한 전체 소비자 중 약 50%가 오브제컬렉션을 선택했다. 하나씩 더할수록 집안 인테리어가 완성되는 컬렉션 가전답게 여러 제품군을 동시에 구매하는 비중도 높았다. 지난달 LG전자 베스트샵에서 오브제컬렉션을 구매한 고객의 약 40%가 3가지 이상의 제품을 동시에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향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색상·재질·형태의 폭이 점차 넓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선 생산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가령 올해 비스포크 냉장고 신제품의 경우 무려 360가지 색상을 고를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주문을 받은 후 제작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기성복보다 맞춤 정장에 제작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생산 시스템 혁신을 통해 다양한 제품군에 대한 선택폭 확대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올해 비스포크 냉장고엔 ‘프리즘 360 글래스 컬러링’ 공법을 적용해 색상 확장성과 생산 속도를 높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업계 최초로 주문 후 생산 방식을 통한 가전을 선보인 만큼,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생산 방식 또한 갖추고 있다”며 “다양한 제품군에 대한 선택폭 확대에 유연하게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외 시장에서도 맞춤형 가전으로 맞붙을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러시아·스웨덴 등 중국 등지에 비스포크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올해는 미국·동남아·중동까지 출시 지역을 확대하고, 제품 라인업도 다양화한다는 목표다. LG 오브제컬렉션도 순차적으로 해외에 출시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획일화된 제품에 지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포화 상태인 가전 시장에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며 “맞춤형 가전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글로벌 가전 시장 지형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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