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가파式 폭주’에 속타는 바이든…'수사확대 카드' 꺼내나

이준기 기자I 2020.11.18 16:05:49

'선거 부정 없었다' 발표한 최고 당국자 '경질'…피의 숙청
'코드인사' 셸턴 연준 이사 인준-OCC 청장 임명은 서둘러
對이란 폭격·미군철수·북극개발 등 트럼프 정책 '대못박기'
제어 수단 없는 바이든…'트럼프 수사' 언급하며 압박 시작?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11·3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말 그대로 도발적·충동적·파상적 분풀이성 폭주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대통령직을 활용해 미군철수·북극개발 등 민감한 외교정책은 물론 대(對)이란 폭격 등 군사행동까지 벌일 태세다. 이를 위해 특유의 ‘트윗 경질’ 등 막가파식 인사권 행사도 불사하고 있다. 향후 들어설 조 바이든 행정부에 ‘내 정책은 건들지 말라’는 일종의 ‘대못 박기’ 시그널로 해석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불가피한 만큼, 내년 1월 들어설 조 바이든 행정부에는 작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이후 각종 수사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이 이를 지렛대로 트럼프의 폭주에 맞설 것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선거보안 최고 당국자까지 ‘트윗 경질’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CNN방송·더 힐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이번 대선에 부정이 없다고 밝힌 선거보안 최고 당국자인 미 국토안보부 산하 사이버·기간시설안보국(CISA)의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장을 전격 ‘트윗 경질’했다. “2020년 선거 보안에 관한 크렙의 최근 성명은 매우 부정확하다”는 이유에서다. 크렙스 국장은 지난 12일 “이번 선거는 미 역사상 가장 안전했으며 어떤 투표에서도 표를 삭제하거나, 바꾸거나, 위태롭게 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시작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고위직에 대한 숙청을 이어간 셈이다.

대신 트럼프는 ‘코드인사’인 주디 셸턴 중앙은행(Fed·연준) 이사 후보의 의회 인준을 밀어붙이고 있으며, 신임 통화감독청(OCC) 청장 임명 절차도 서두르고 있다. 현재 OCC 청장 대행으로 맡고 있는 브라이언 브룩스를 후보자로 지명해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 12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국가안보 고위 참모진과의 내부회의에서 이란 내 주요 핵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타진했다고 한다. 이란이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적시된 저농축 우라늄 보유 한도의 12배가 넘는 2442㎏을 갖고 있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에 따라 열린 대응회의였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크리스토퍼 밀러 국방장관 대행,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말리면서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자칫 ‘임기 말 확전’이 현실화할 뻔한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사진=AFP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 해외주둔 병력 재배치도 임기 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의 명령에 따라 내년 1월15일까지 미군 감축이 시작되며, 아프간 주둔 미군은 약 4500명에서 2000명 수준으로, 이라크는 약 3000명에서 500명으로 줄일 것이라는 게 미 언론들의 관측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취임식은 내년 1월20일이다. 국방부는 그간 탈레반 측이 미국과 기존에 맺은 평화협정을 이행토록 하려면 아프간 주둔군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에스퍼 장관이 퇴출당한 만큼 군부 내 반기를 들 인물도 사라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민주당과 환경단체, 현지 주민의 반발에도, 알래스카주(州)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에서 석유ㆍ가스 시추를 위한 공유지 경매 절차에 들어갔다. 바이든 취임 사흘 전인 재년 1월17일 허가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다. 차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상단에 기후변화 대응, 환경 보호 등이 이름을 올린 만큼, 이 역시 바이든으로선 추후 되돌려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된 셈이다.

◇바이든 측, 슬슬 ‘트럼프 수사’ 언급 시작

문제는 바이든이 트럼프의 폭주를 제어할 수 있는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데 있다. 미국 내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이 악화 일로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방역대책에 대한 지휘권이 없어 연일 ‘마스크 착용’만 호소하고 있는 현 상황이 대표적이다. 결국, 바이든이 ‘트럼프 수사확대’ 카드를 지렛대로 현 국면을 뚫고 나아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영국 BBC방송은 퇴임 후 ‘면책특권’이 사라지는 트럼프는 탈세·성추문 입막음 등 관련한 소송이나 수사 6개를 직면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그간 미 정가에선 바이든이 현 미국의 분열상을 고려, 일종의 ‘화합책’으로 트럼프 관련 수사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하자, 바이든이 수사 확대 또는 기소 등의 카드를 전면에 내세워 트럼프의 폭주를 제어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이날 NBC방송은 바이든의 참모와 측근들을 인용해 “바이든이 분열 초래를 우려해 트럼프 수사를 피하길 희망하지만, 법무부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드디어 바이든 측 내부에서 ‘트럼프 수사’ 관련 언급이 나오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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