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남북 먼저 갈 수 있다"…美에 달라진 대북기조 전달

하지나 기자I 2020.01.15 17:11:34

9개월만에 美 샌프란시스코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
호르무즈 파병 한미 온도차…강경화 "국민 안전, 이란 관계 고려"
한미 분담금 협상 6차 회의…협정 공백·총선 등 협상 시간 촉박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갖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외교부 제공)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의, 정체 중인 한반도 비핵화협상, 해를 넘긴 방위비 협상 등 한·미간 난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양국 외교수장이 9개월만에 만났다. 특히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측에 최근 달라진 대북 정책 기조를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북미대화가 교착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사업을 통해 북미대화를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을 강조하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강경화 “제재 문제 안되는 대북 사업 있다”

강 장관은 14일(현지시간)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특정 시점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그동안 중재자·촉진자 역할을 자처하며 북미 대화를 앞세웠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대북정책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비핵화 및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가 진전이 안 되는 상황에서는 남북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대화가 됨으로써 북한의 인게이지먼트(engagement·관여) 모멘텀을 계속 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남북 간 중요 합의들이 있었고 그 중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고 예외 인정을 받아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별관광 같은 것은 국제제재에 저촉되지 않기에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과 상당히 맞닿아 있다. 그는 그러면서 “이런 것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눴고 미측에서도 우리의 의지나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강 장관과 폼페이오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이 불안해지면 유가 상승 등으로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면서 “모든 국가가 공동의 노력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나 중동 정세 안정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강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파병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이 지역의 국민과 기업의 안전, 이런 것을 생각하고 이란과의 관계 등도 다 고려해 (어떻게 기여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 넘긴 분담금 협상 “창의적 대안 마련 노력”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는 해를 넘긴 방위비 분담금 협상도 진행됐다.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대사를 비롯한 한국 대표단은 제임스 드하트 대표가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6시간 넘는 회의를 진행했다.

그동안 5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면서 양측 모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일단 미국이 기존의 50억달러(약6조원) 인상이라는 무리한 요구에서는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미측과 접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은 한국 방어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점을 들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드하트 대표는 5차 회의후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납세자들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매우 큰 부담을 지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을 내세워 동맹 기여도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 대사는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직간접적 측면에서 한미 동맹 관련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그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늘 강조해왔다”며 “직·간접 기여에는 무기구매도 당연히 포함됐다”고 말했다.

결국 방위비 인상폭을 최대한으로 낮추는 대신 트럼프 행정부에도 그럴싸한 명분과 구실을 만들어 줘야 하는 셈이다. 정 대사의 “창의적 대안을 위해 서로가 노력하고 있다”는 발언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다만 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지난해 말 만료되면서 협정 공백 상태라는 점에서 시간이 많지 않다. 특히 올해 총선을 감안하면 향후 협상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칫 원구성 협상 등이 늦어져 20대 국회 개원이 지연될 경우 국회 비준 절차에도 차질을 빚게 될 수 있다. 지난 19대때에도 임기 시작 33일만에 지각 개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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