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려는 카카오의 앞길에 청신호가 커졌다. 한도초과보유주주(대주주 적격성) 심사과정에서 발목을 잡던 김범수 이사회 의장 불확실성이 사라져서다.
법제처는 24일 금융위원회가 신청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이하 특례법)상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 범위에 대한 법령해석 결과 “신청인인 내국법인의 계열주로서 인터넷은행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자를 포함하여 심사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 카카오뱅크 지분을 들고 있지 않은 김 의장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김 의장은 카카오뱅크 지분이 없다.
현재 김 의장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14일 1심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례법상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으면 대주주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 금융위는 김 의장을 심사 대상에 포함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일자 심사를 잠시 중단한 뒤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가 이날 김 의장은 심사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카카오 입장에서는 큰 걸림돌 하나가 사라지게 됐다. 김 의장의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심사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중단됐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바로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여러가지 봐야 할 부분 가운데 하나가 사라졌다고 해도 나머지는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며 “최대한 신속하게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카카오가 무난히 당국의 심사대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가 금융권의 혁신 바람을 불어넣으려 인터넷은행을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한데다 카카오는 자본 조달 능력이나 혁신성, 안정성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카카오가 작년 합병한 카카오M(옛 로엔엔터테인먼트)이 과거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전력이 있으나 심사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합병 전 기업의 벌금형 전력은 적격성 심사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카카오가 심사대를 통과하면 10%인 카카오뱅크 지분을 34%까지 늘릴 수 있다. 카카오는 현재 최대주주인 한국금융지주와 체결한 콜옵션을 통해 국내 최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뱅 지분을 매각해 카카오가 지분 30% 보유한 최대 주주로 올라서고, 기존 최대 주주인 한투지주는 카뱅 지분을 30%-1주 만 남기고 나머지는 제3자에 매각하는 구조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는 자본이 넉넉하고 국제결제은행(BIS) 비율도 안정적이라 특별히 자본을 투입하지는 않아도 된다”며 “카카오가 최대주주로서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주도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가 최대주주로서 인터넷은행 사업을 주도하면 정부의 금융혁신 노력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아울러 최근 KT의 심사가 중단되고 제3인터넷은행이 좌초되면서 지나치게 엄격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 탓에 혁신 기업이 인터넷은행 진출을 외면하고 있다며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특례법상 대주주 결격사유에서 공정거래법을 제외하는 법률안을 상정했고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도 인터넷은행 대주주 자격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여당 일부가 반대해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