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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코오롱 고위 관계자에게 회사 내부 분위기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코오롱그룹은 지난해 말 이웅열 회장의 전격 퇴진 이후 후임 없이 지주사 중심의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자율경영 체제로 운영 중이다. 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경영 협의체인 원앤온리(One&Only)위원회도 신설해 가동하고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코오롱은 오래 전부터 각 사업부·계열사 별로 자율경영체제가 정착돼 있어 이 회장의 퇴진 이후 별다른 혼란 없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웅열 체제 당시에도 이 회장은 기업 경영에 있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식의 간섭이 없었다”면서 “올해 갑자기가 아니라 각 계열사별 책임경영 중이다.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보름이 지난 만큼 좀 더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변화가 없는 건 아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원앤온리위원회는 지난 2일 서울 마곡 코오롱 연구개발(R&D)센터에서 새해 첫 회의를 열고, 매달 2회 정례회의를 갖기로 했다. 월 2회씩 정기 모임을 가지고, 그룹 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는 계획이다.
위원회는 지주사인 ㈜코오롱의 유석진 사장을 위원장으로 안병덕 코오롱그룹 부회장,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과 이웅열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무를 비롯해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사장, 최석순 코오롱글로텍 사장,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 등 총 7명으로 꾸려졌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여러 계열사의 경영 현안을 조율하고 성장 방향을 제시,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 등도 협의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올해는 연두보고 대신 각 사업부 본부장이 임직원에게 사업계획과 방향을 공유하는 행사를 열었다. 기존에 그룹 총수에게 올 한해 경영계획을 보고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임직원과 소통하며 회사를 키워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행사 이름도 ‘리버스 세션’이라고 명명하고, 지난 2일부터 이틀간 계열사 사업본부별로 새해 계획을 공유했다. 코오롱에 따르면 ‘재탄생’(rebirth)과 ‘뒤바꾸다’(reverse)라는 뜻이 동시에 포함돼 있다.
첫날인 2일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텍, 코오롱생명과학 등 3개 계열사 본부장 14명이 발표에 나섰고, 이튿날에는 코오롱글로벌, 코오롱플라스틱, 코오롱제약, 코오롱베니트 소속 본부장들이 차례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