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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나선 김진태 의원은 무대에 올라서자마자 이 같이 말했다.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의 환호와 함성에 연설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지자들을 진정시킨 뒤 준비한 말을 이어갔지만 연호는 연설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태극기 들고 행사 시작전부터 응원전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정견발표)’는 김 의원의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정견발표 시작 30여분 전부터 행사장으로 몰려들었다. 한 손에 태극기를 들고 붉은색 목도리와 넥타이 등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모습이었다. 60~70대 노인들이 주를 이뤘고 군데군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모습도 보였다.
당 에서 9명의 후보 지지자들에게 구획을 나눠 100여개의 좌석을 제공했다. 그러나 500여명이 넘게 몰린 김 의원 지지자들은 좌석 사이 바닥에 앉거나 양쪽벽에 떼로 모여 서있었다. 이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안상수 의원 지지자들이 “일자리 안상수”를 2~3회 연호하자 압도적인 인원수로 “김진태 대통령”을 십여차례 외치며 다른 지지자들을 압도했다. 애국가를 부를 때는 김 의원 지지자들이 모인 쪽에서 가장 큰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인명진 당혹케 한 야유와 비난
열띤 목소리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하자 야유로 바뀌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휘두르며 인 위원장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내려와”, “나쁜놈”, “X새끼” 등 원색적인 욕설을 내뱉었다. 일부 지지자들이 무대 앞으로 달려들면서 진행요원들이 이를 막아서기도 했다. 일부 김의원 지지자들은 “인명진은 대표자격이 없다”, “당을 망쳐놨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기도 했다.
이날 김 의원 지지자들이 인 위원장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한 이유는 인 위원장을 포함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취임 이후 친박계인 최경환·서청원·윤상현 의원을 징계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하며 태극기 집회에 꾸준히 참여해온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꼽힌다. 태극기를 든 김 의원 지지자들은 정우택 원내대표가 연단에 나섰을 때도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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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한마디마다 “대통령”..연설 끝나자 ‘우르르’
신용한 후보의 연설이 끝나고 김 의원이 연단에 오르자 야유는 다시 함성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김진태 대통령”을 수차례 연호하며 지지를 보냈다. 김 의원이 “제 말을 전달할 수 있도록 잠시만 조용히해달라”고 하고 나서야 장내가 잠잠해졌다.
그러나 김 의원이 “여기 있는 훌륭한 선배님들보다 경력도 연륜도 부족하지만 문재인, 안철수보다 잘 할 수 있다”고 말하자 환호는 되살아났다. 지지자들은 그가 한마디를 마칠 때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특히 김 의원이 “죽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배신자들은 이미 여러번 죽은 것 아니냐”고 하자 함성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김 의원 지지자 대부분은 김 의원의 정견 발표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떠났다. 전체 운집인원의 1/4 규모인 이들이 떠나면서 행사장이 다소 어수선해졌다. 연설 자리를 비우지 말아달라는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났다. 연설 뒷순번인 김진 후보가 연단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지만 다소 작은 박수소리만 행사장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