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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부대의 끝없는 함성...김진태 콘서트장 된 한국당 비전대회(종합)

조진영 기자I 2017.03.17 17:59:01

붉은색 드레스코드에 태극기 들어
인명진 등 당 지도부에 강한 야유
김진태 한마디에 "대통령" 연호
연설 끝나자 ‘우르르’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 나선 김진태 의원 지지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대선경선 후보자 정견발표장에서 김 의원을 연호하고 있다(사진=임현영 기자)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여러분 잠시만 조용히 해주십쇼. 15분동안 얘기하려고 1억원 냈습니다. 1분에 700만원이 더 듭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나선 김진태 의원은 무대에 올라서자마자 이 같이 말했다. 태극기를 든 지지자들의 환호와 함성에 연설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지지자들을 진정시킨 뒤 준비한 말을 이어갔지만 연호는 연설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태극기 들고 행사 시작전부터 응원전

1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정견발표)’는 김 의원의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정견발표 시작 30여분 전부터 행사장으로 몰려들었다. 한 손에 태극기를 들고 붉은색 목도리와 넥타이 등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모습이었다. 60~70대 노인들이 주를 이뤘고 군데군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모습도 보였다.

당 에서 9명의 후보 지지자들에게 구획을 나눠 100여개의 좌석을 제공했다. 그러나 500여명이 넘게 몰린 김 의원 지지자들은 좌석 사이 바닥에 앉거나 양쪽벽에 떼로 모여 서있었다. 이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안상수 의원 지지자들이 “일자리 안상수”를 2~3회 연호하자 압도적인 인원수로 “김진태 대통령”을 십여차례 외치며 다른 지지자들을 압도했다. 애국가를 부를 때는 김 의원 지지자들이 모인 쪽에서 가장 큰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인명진 당혹케 한 야유와 비난

열띤 목소리는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하자 야유로 바뀌었다. 김 의원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휘두르며 인 위원장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내려와”, “나쁜놈”, “X새끼” 등 원색적인 욕설을 내뱉었다. 일부 지지자들이 무대 앞으로 달려들면서 진행요원들이 이를 막아서기도 했다. 일부 김의원 지지자들은 “인명진은 대표자격이 없다”, “당을 망쳐놨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기도 했다.

이날 김 의원 지지자들이 인 위원장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한 이유는 인 위원장을 포함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취임 이후 친박계인 최경환·서청원·윤상현 의원을 징계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주장하며 태극기 집회에 꾸준히 참여해온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꼽힌다. 태극기를 든 김 의원 지지자들은 정우택 원내대표가 연단에 나섰을 때도 강한 비난을 쏟아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예비 후보가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제19대 대통령후보선거 후보자 비전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당명 소개 영상이 나오기 직전 행사장 불이 꺼지자 비난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그러나 인 위원장이 첫 화면에 등장해 새 당명을 소개하자 야유가 쏟아져나왔다. 인 위원장이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커졌다 작아졌다한 야유는 영상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태극기 집회를 주도해온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는 자유한국당 당명 개정에 반대하며 ‘새누리당’이라는 이름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새 당명을 등록하기도 했다.

◇김진태 한마디마다 “대통령”..연설 끝나자 ‘우르르’

신용한 후보의 연설이 끝나고 김 의원이 연단에 오르자 야유는 다시 함성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김진태 대통령”을 수차례 연호하며 지지를 보냈다. 김 의원이 “제 말을 전달할 수 있도록 잠시만 조용히해달라”고 하고 나서야 장내가 잠잠해졌다.

그러나 김 의원이 “여기 있는 훌륭한 선배님들보다 경력도 연륜도 부족하지만 문재인, 안철수보다 잘 할 수 있다”고 말하자 환호는 되살아났다. 지지자들은 그가 한마디를 마칠 때마다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특히 김 의원이 “죽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바른정당 의원들을 향해 “배신자들은 이미 여러번 죽은 것 아니냐”고 하자 함성이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김 의원 지지자 대부분은 김 의원의 정견 발표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떠났다. 전체 운집인원의 1/4 규모인 이들이 떠나면서 행사장이 다소 어수선해졌다. 연설 자리를 비우지 말아달라는 관계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떠났다. 연설 뒷순번인 김진 후보가 연단에 올라 연설을 시작했지만 다소 작은 박수소리만 행사장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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