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경제적 보복을 할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정치와 경제는 분리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대규모 보복이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결산회의에 참석해 사드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경제 보복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한중 경제관계에 미칠지 모르는 악영향에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유 부총리 발언은 중국의 경제적 위상, 한중 경제관계를 감안할 때 사드 배치에 따른 무역 보복을 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4위 수출국으로 중국은 우리 경제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중간 정경분리 원칙이 지속적으로 지켜지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접적인 무역제재를 하지 않더라도 △중국인 관광객 통제 △한국기업 불매운동 △국내서 중국 자본 철수 등의 제재 수단 등이 거론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이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 담당(CRO) 부총재 후임자리에 한국을 사실상 배제한 것도 ‘경제 보복’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유 부총리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여러가지 시나리오별로 플랜을 짜고 있다”고 답했다.
홍기택 부총재 휴직에 따라 AIIB 고위직 직위 상실로 국익 손실을 초래한 것과 관련해 유 부총리는 유감을 표명했다. 유 부총리는 “결과적으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답답하고 유감스럽다”며 그간 홍 부총재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긋던 모습에서 한발짝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유 부총리는 한국이 AIIB 부총재직을 유지할 여지가 남아있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마지막으로 노력할 것이 있다고 본다”면서 “부총재로 재무책임자(CFO)직을 신설했는데 그 자리에 가겠다고 지속적인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앞서 CFO에는 프랑스 출신으로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부총재를 역임한 프랑스 티에리 드롱구에마가 내정돼 있어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EU탈퇴) 관련 글로벌 위기가 커진 것과 관련해 통화스와프(국가 간 통화교환) 확대에 대해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유 부총리는 “중국과 통화스와프는 원칙적으로 합의를 본 상황으로 중앙은행 간 실무적으로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야 해 협상 중이다”면서 “(다른 국가로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는 것은) 의미가 있고 긍정적이지만, 상대가 있다보니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