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반도체 혹한기…쌓인 재고에 감산 불가피”

이다원 기자I 2022.10.11 19:00:00

[전문가 진단] 김정호 KAIST 교수·김양팽 산업연구원 박사
"메모리·시스템 모두 수요 위축세…국제 정세도 고려해야"
"업황 악화에 감산 불가피할 것"…"증산 속도 조절 나설것"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 확보하고 파운드리 점유율 높여야"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에 국제 정세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 산업에 ‘겨울’이 도래했습니다. 메모리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까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며 이를 돌파해야 합니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사진=이데일리DB)
전문가들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인 ‘겨울’이 도래했다는 진단을 11일 내놨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IT 관련 수요가 위축되면서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모두 업황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예상보다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주춤했다”고 진단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반도체 수요가 전체적으로 감소하면서 TSMC를 비롯해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전반이 매출 감소를 예상하는 상황”이라며 “메모리 반도체 역시 단기적으로 내년 상반기까지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 가운데 가격 변동성이 높은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은 국내 반도체 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단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는 가격이 하락하는 반면 파운드리는 가격 인상이 가능한 구조”라며 “TSMC가 그간 가격을 두 번이나 인상하며 수익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대중 압박이 거세지는 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 반도체 산업계는 상대적으로 힘을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김 교수는 “미국의 대중 압박으로 중국의 모바일, 데이터센터 쪽 수요가 위축됐다”며 “또 지정학적 차원에서 대만 기업인 TSMC가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감산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는 없다는 예측이 나온다. 업황 둔화로 이미 재고량이 높은 수준에 달한 상황인 만큼 반도체 제조기업 역시 이에 맞는 대응에 나설 것이란 해석이다. 김정호 교수는 “메모리 수요 역시 주춤하면서 이같은 시간이 몇년간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며 감산 가능성을 점쳤다.

김 연구위원은 “정확하게 말하면 감산이라기보단 증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면서도 “반도체를 무리해서 생산해봤자 재고만 쌓이고 단가는 더 떨어진다. 수익성이 더 낮아지는 것이니 생산량 조절은 당연하다”고 내다봤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신산업실 전문연구위원. (사진=이데일리DB)
가격 하락에 감산까지 더해진 반도체 ‘겨울’이 본격화한 만큼 K-반도체 기업의 미래 역시 어두워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돌파하기 위해 기술 ‘초격차’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메모리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확보하는 동시에 파운드리 사업 등 비메모리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쌍끌이’ 전략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초격차’ 유지를 위해 김 교수는 “반도체 가격도 올라야 하지만, 메모리 분야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 1등 자리를 지켜야 한다”며 기술적인 진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3나노미터 공정에서 승부를 보며 TSMC 대비 절반 수준인 삼성전자 매출액을 70~80%까지 끌어올린다면 완벽한 ‘1등’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 역시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해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파운드리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메모리는 메모리대로 우리가 기술 발전을 통해 경쟁력 강화해 선두를 유지하는 전략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능형 반도체(PIM),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LX)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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