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후폭풍…작년 지자체 소비자상담 10배 늘어

문승관 기자I 2022.03.14 16:55:58

지난해 ‘신유형상품권’ 관련 소비자 상담 대폭 증가
대규모 환불 사태 일으킨 ‘머지포인트’ 상담 대부분
부산 1238%·대구 1084% 등 전국적 998% 급증해
지자체별 지역민 피해구제 나서…소비자교육 강화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부산에 사는 정 모씨는 지난해 B사의 신유형상품권을 100만원어치 구매했다. 정 씨는 B사의 상품권이 전국 2만여개 가맹점에서 120만원어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에 지갑을 열었으나 B사의 가맹점은 급속도로 감소해 상품권 사용이 어려워졌다. 정씨는 전액 환불을 요청했지만 B사는 여전히 가맹점은 남아 있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머지포인트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켰던 ‘머지포인트’ 사태 후폭풍이 여전하다. 1년 새 각 지방자치단체에 접수된 소비자피해상담 가운데 상담건수가 가장 많았던 사례가 머지포인트와 같은 신유형상품권이었다. 아울러 유사투자자문(주식) 관련 소비자 피해 역시 큰 폭으로 늘어났다.

14일 한국소비자원과 전국 지자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신유형상품권’ 피해상담 건수가 1년 새 10배 안팎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국 소비자원에 접수된 신유형상품권 상담건수는 2만5239건으로 전년보다 997.8% 증가했다.

지자체별 상담건수 증가율은 부산시 1237.9%, 대구시 1084.3%, 인천시 972.9%, 경북도 1353.2%, 전북도 717.5%, 강원도 1350%, 대전·세종·충남 962.4%, 제주 678.9% 등이다. 신유형상품권은 ‘전자형 상품권’, ‘모바일 상품권’, ‘온라인 상품권’ 등으로 나뉜다. 기프트카드, 키프티콘, 온라인쇼핑몰 전용 상품권, 온라인 전용 문화상품권 등이 대표적이다. 신유형상품권 피해상담이 급증한 원인은 대규모 환급 사태를 일으켰던 ‘머지포인트’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파문이 일었던 만큼 그 여파가 각 지자체까지 미쳤다는 분석이다.

머지포인트는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외식 모바일 바우처다. 지난해 2만여개 제휴 가맹점, 20% 할인 서비스 등을 내세워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각종 문제로 편의점·대형마트·프랜차이즈 음식점 등 주요 가맹점이 계약을 해지해 사용처가 급감하면서 대규모 환불 사태가 발생했다. 머지포인트 사태는 ‘폰지 사기’(Ponzi Scheme)와 똑 닮아있다. 폰지 사기는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태에서 유래한 용어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신유형상품권 피해상담은 주로 30~40대에 집중됐다. 충청권에 접수된 신유형상품권 피해상담 건수 중 30~40대 비율은 30대 41.7%, 40대 38.3% 등으로 총 80%를 웃돌았다. 한국소비자원 대전지원 관계자는 “지난해 신유형상품권 관련 상담이 대폭 증가했고 품목별 증가율을 살펴도 타 품목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며 “머지포인트 사태로 피해상담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결국 지자체가 지역민 구제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맞춤형 소비자교육을 더욱 확대하고 신속한 소비자 피해구제를 위해 민·관이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유형상품권 외에도 전화권유판매로 이뤄지는 유사투자자문 관련 소비자상담도 큰 폭으로 늘었다. 상담건수로만 보면 유사투자자문 피해상담건수가 전체 1위였다. 지난해 인천과 대구와 전북, 강원 등 지역 소비자 상담 건수 가운데 유사투자자문 피해와 불만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주식시장 호황과 낮은 금리 등으로 주식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유사투자자문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손실이 발생해 소비자가 해지를 요구하더라도 환급을 거부하거나 환급금이 없다며 서비스 유지를 강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대부분 지자체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 관련 상담내용의 80% 이상이 ‘계약 해제 및 위약금 등 해지’ 관련 불만사항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전화나 모바일로 이뤄지는 유사투자자문 관련 소비자상담이 전년 대비 50.6% 늘어났다”며 “지난해 소비자상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교육과 정보제공을 통해 소비자피해 예방에 힘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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