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조사료 늘리고 ICT 지원해 생산비 절감”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2일 세종시 세종컨벤션센터 중연회장에서 ‘낙농산업 발전 위원회(낙농발전위)’ 제2차 회의가 열렸다.
정부는 생산비와 연동한 현재 우유 가격 결정 체계가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낙농발전위를 열어 개편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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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에는 박영범 농식품부 차관을 비롯해 낙농진흥회·한국여성소비자연합·한국낙농육우협회·한국유가공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박 차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우유 가격은) 낙농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관련돼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며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생산비 절반을 차지하는 사료비 절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사료비 절감 대책으로 수입 조사료의 저가 공급 확대와 국산 조사료 생산 기반 확대 및 고품질화 지원을 제시했다.
또 산차(분만횟수)가 늘수록 원유 생산량이 많아지는 만큼 3산 이상 원유가격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젖소용 배합사료를 개선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장비를 지원해 인건비 절감도 도모할 방침이다.
박범수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정밀사양 환경을 조성하고 인센티브를 포함한 가격구조 개편을 통해 현재 과도하게 투입되는 사료량을 줄여야 한다”며 “스마트 축산 단지와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지원을 확대하고 공동사육시설 설치 지원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낙농진흥회 개편 방안으로는 공공기관에 준하는 운영 방안을 전제로 소비자·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이사회 구성, 이사회 개의 조건 완화, 의결 조건 강화 등을 꼽았다.
소비자와 유업체, 전문가 등은 정부 방안에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천주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이사장은 “낙농진흥회 이사 구성은 합리적인 방안이 마련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동영 한국소비자원 상임이사는 “이사회 갈등 구조 완화를 위해 참여를 확대하는데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지인배 동국대 교수는 “낙농진흥회 이사회 책임과 권한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으며 윤성식 연세대 교수는 낙농진흥회를 특수법인에서 공기업이나 공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창범 한국유가공협회장은 “생산비 절감과 의사결정구조 개편에 대해 정부가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 같다”며 “낙농진흥회 이사회에 공익성을 갖춘 측이 참여해 갈등 상황에서도 의사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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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측 “낙농특위 구성해 편법 개정 막아야”
생산자측 위원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승호 낙농육우협회장은 “사단법인인 낙농진흥회를 공공기관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고 조재철 농협경제지주 상무도 “낙농진흥법이 진흥회 운영을 민법의 사단법인 부분을 준용토록 규정해 공공기관 운영법에 따라 개편 시 법적 충돌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희종 낙농진흥회장은 “과거 낙농진흥회 설립 취지는 당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과거 운영을 지나치게 불합리하게 볼 것만은 아니다”라며 “낙농산업 발전방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정하고 그에 맞춰 운영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맹광렬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장은 사료비 부담 완화에 대해 “수입 조사료 쿼터를 줄일수록 농가는 피해를 입고 중간 유통업자와 외국 회사만 이익이 남게 되므로 수입 조사료 쿼터 증량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경용 당진낙농축협 조합장은 “권역별로 육성우 목장을 조성하고 분뇨처리 문제를 해결하도록 정책 지원한다면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고 제언했다.
낙농가 단체들은 낙농발전위 이후 정부의 진흥회 의사 결정체계 개편 방식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원유 가격은 정부 주도하에 학계, 생산자, 수요자로 구성된 소위원회 합의를 거쳐 이사회를 결정해왔다”며 “낙농제도 개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의지와 자세가 됐지만 정부가 생산자 반대 프레임을 씌워 원유가격 인하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호 회장과 맹광렬 회장은 “농식품부가 ‘깜깜이’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은 낙농말살을 위한 계략”이라며 “행정부가 편법 시행령 개정 등 낙농 제도 개선을 밀어붙이지 않도록 농해수위 내 ‘낙농특위’ 구성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