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형호제' 만나니 얘깃거리 풍성..배터리·미래기술 협력키로

이승현 기자I 2020.07.07 17:31:38

정의선, 7일 SK이노베이션 공장 찾아 최태원 만나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현황 청취
전력반도체, 경량신소재 등 미래기술 방향성 공유
현대차 '전동화 전략' 위해 고성능배터리 확보 필수

현대차그룹 경영진이 7일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을 방문, SK그룹 경영진과 미래 전기차 배터리 및 신기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 오른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기아차 니로EV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차.SK 제공)


[이데일리 이승현 김영수 기자] 정의선 현대차(005380)그룹 수석부회장이 배터리3사 중 마지막으로 SK이노베이션(096770)을 찾았다. 이곳에서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과 만나 미래사업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자동차와 IT기업 간 만남으로 향후 다방면에서 협력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정 수석부회장과 최 회장은 어려서부터 자주 교류하며 지낸 ‘호형호제’하는 사이라 사업 협력에 있어 더욱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E-GMP’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 선정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7일 SK이노베이션 서산 배터리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을 만났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 13일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방문했고 지난달 22일에는 LG화학 오창공장을 찾아 각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광모 LG그룹 대표를 만난 바 있다.

미래 전기차 개발의 핵심기술인 차세대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3사를 모두 방문한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삼성SDI에서 전고체 배터리, LG화학에선 장수명(Long-Life)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개발 현황을 들었다.

이번 SK이노베이션에서는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인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에 대한 설명을 청취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음극재인 흑연 또는 실리콘을 리튬 메탈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주행거리 확대 및 차량 경량화에 따른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또 양측은 전력반도체,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전력반도체는 최소한의 전력으로 배터리 구동시간을 늘려 에너지 효율을 높여주는 반도체이고, 차세대 경량 소재는 금속 소재를 대체하는 플라스틱 복합소재로 차 내장 및 배터리 팩에 경량 소재가 사용되면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올라간다.

양 그룹은 또 SK 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구체적인 방안만 마련되면 언제든지 실행될 수 있는 것이라 조만간 SK주요소 및 충전소에서 전기차 또는 수소차 충전을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플러그인(Plug-in) 하이브리드카와 기아차의 니로, 쏘울 EV 등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기아차가 2021년 양산 예정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의 1차 배터리 공급사로 SK이노베이션을 선정했다.

현대차가 만든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이 트럭에는 SK가 만든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현 위해 고성능 배터리 필수

정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협력을 위해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는 것은 현대차그룹이 미래 먹을거리로 추진하고 있는 전동화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현대·기아차는 2025년까지 총 44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순수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 포함 세계 3위권 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기아차는 전기차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2026년 전기차 50만대(중국 제외)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성능 좋은 배터리 확보가 절실하다.

게다가 정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 2020)’에서 발표한 인간 중심의 역동적 미래도시을 위한 혁신적인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배터리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현을 위해 신개념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UAM(Urban Air Mobility : 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제시했다. UAM과 PBV 등은 전기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 성능의 전기차에 필요한 최적화된 배터리 성능 구현을 위해 연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문은 향후 전기차 전용 모델에 탑재될 차세대 고성능 배터리 개발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 배터리 및 신기술에 대한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최 수석부회장은 초기부터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역시 이같은 공을 인정, 최 수석부회장에게 그룹 모빌리티 사업을 맡기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이번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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