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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기각에 의문의 죽음까지' 암초 만난 KAI 수사…하성용 구속이 분수령

이재호 기자I 2017.09.21 16:54:52

해외총괄 최고위급 숨진 채 발견, 검찰도 당황
채용비리 임원 영장 또 기각, 잇단 악재에 발목
檢, 하성용 구속 사활…횡령·배임수재 등 혐의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절정으로 치닫던 검찰의 한국항공우주(KAI) 경영비리 수사가 막판 암초를 만났다.

채용비리 혐의를 받는 임원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또다시 기각된 데 이어 KAI 해외사업을 총괄하던 김인식 부사장이 돌연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검찰도 당혹감을 드러냈다. 비리의 정점으로 지목된 하성용 전 사장의 구속 여부가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1일 오전 숨진 채 발견된 김인식 KAI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김인식 KAI 부사장 사망…檢 “수사대상 아냐”

KAI 경영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하루 새 두 가지 악재에 직면했다. 21일 오전에는 KAI 해외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던 김 부사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김 부사장은 경남 사천의 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이 하 전 사장을 소환 조사하고 긴급체포한 지 하루 만에 KAI 최고위 관계자가 자살한 것이다. 수사에 부담을 느낀 탓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즉시 “KAI 수사와 관련해 김 부사장을 조사하거나 소환한 사실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내부적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 조사 과정을 주시하면서도 자체적으로 김 부사장의 사망 원인과 경위를 파악 중이다.

김 부사장은 KAI의 주력 기종인 고등훈련기 T-50과 경공격기 FA-50의 해외 수출 업무를 총괄해 왔다. 필리핀과 태국, 터키 수출 등의 성과를 거뒀다.

방위산업의 특성상 무기를 수출하면서 해당 국가에서 로비 작업이 벌어진다. 업계에서는 하 전 사장이 다양한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게 사실이라면 그 중 일부가 수출 로비 자금으로 활용됐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검찰이 KAI 경영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자 김 부사장이 압박감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수 있다. 검찰은 KAI의 해외 거래 관련 수사를 진행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앞서 전날 밤에는 ‘채용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KAI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에 대해 두번째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검찰은 부당 채용 사례를 4건 추가해 15건으로 제시하고 직원 복지용 상품권 횡령 혐의도 새로 적용했지만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기각 사유를 밝혔다.

부당 채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KAI 사원 중에는 최모 전 공군참모총장의 공관병 출신 인사, KAI 본사가 있는 사천시 국장의 아들, 야당 의원 동생인 방송사 간부의 조카 등이 포함됐다. 이씨의 신병을 확보해 청탁자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의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경영비리 의혹을 받는 하성용 전 KAI 사장이 지난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성용 구속 여부에 수사 성패 좌우될 듯

검찰은 추석 전까지 주요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잇단 악재에 수사 양상이 다소 혼란스러워졌다. KAI 수사 관련 각종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하 전 사장 구속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은 “수사가 상당히 진전됐다”며 구속영장 발부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 전 사장은 차세대전투기(KF-X) 사업 등에 수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10억원대 상품권을 협력사에 제공한 것처럼 속이고 자신과 임직원들이 사용한 횡령 혐의, 채용비리를 지시한 업무방해, 협력사 주식을 건네받고 일감을 몰아준 배임수재 등 혐의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하 전 사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검찰의 KAI 수사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릴 수 있다. 이럴 경우 검찰과 법원의 영장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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